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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대입 준비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많은 입시·교육전문가들이 진로 탐색을 우선 순위로 꼽는다. 그 이유가 진로 및 전공적합성 등을 평가하는 상위권 대학들의 학종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공교육에서도 강조하는 진로 활동은 우리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와 맞물린다. 성적이나 순위, ‘간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행복한 일’을 찾게 하는 교육의 역할이 강조된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진로 탐색에 실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나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학생 개개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실천 과제를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입시 준비와 자신의 진로 선택에 실질적으로 도움될 만한 활동은 과연 무엇일까? 진로 탐색에 필요한 배경 지식과 그 실천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미래 직업 변화부터 파악
진로 탐색의 시작은 미래 직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다. 현재 어떤 직업이 있는지도 알아야겠지만 사라지거나 새로 등장할 직업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2014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업 수는 약 1만 4,900개. 하지만 많은 미래학자들은 상당수 기존 직업의 소멸과 새 직업의 탄생을 예고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KAIST 등이 2017년 공동으로 발간한 미래전략 보고서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변화를 내다봤다. 고부가가치화, 세분화 및 전문화, 융합형 직업의 증가가 그 핵심이다.
기존 직업의 고부가가치화는 인공지능이나 기술의 발달과 연관이 깊다. 기계나 컴퓨터로 자동화될 수 없는 일자리는 인간 업무의 전문화와 고도화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단순 사건 보도 기사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작성하고 기자는 창의력과 기획력이 필요한 탐사보도에 집중한다.
직업의 세분화 및 전문화는 생활 수준의 향상에서 비롯된다.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수요와 서비스, 높은 수준의 제품을 요구한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직업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과거엔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늘고 있는 바리스타나 수제 맥주 제조 전문가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에는 노년 플래너, 가상 레크레이션 디자이너, 에너지 하베스팅 전문가 등이 비슷한 이유로 새롭게 떠오를 전망이다.
융합형 직업의 증가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 발달로 여러 분야의 지식 융합이 용이해진 결과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 되고 있는 음악치료사나 요리사농부, 테크니컬 라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화 및 세분화와 맞물려 맞춤형 공급을 선도하는 미래 직업 변화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해당 보고서에서는 과학기술 발전에 기반한 새로운 직업의 탄생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10년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드론 조종사가 현실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아바타 개발자, 기억 변화 전문가, 우주 농부, 스마트 팜 관리자, 첨단과학기술 윤리학자 등이 과학 발달과 함께 새롭게 생겨날 직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진로 탐색을 위한 실천 과제
직업 또는 진로 설정과 관련하여 입시 현장에서 만나는 고교생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진로 관심 분야가 전혀 없는 경우와 포괄적인 범위에서만 관심 영역을 일부 설정한 경우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두 번째에 해당되는데, 입시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활동이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보다 뚜렷하고 구체적인 진로 목표가 요구된다. 아무런 관심 분야도 없는 경우에는 각 교과별, 영역별 성취 수준을 기반으로 자기 분석을 먼저 실행해야 한다. 이 때에는 커리어넷 등에서 제공하는 직업적성검사 등도 일부 도움될 수 있다.
넓은 범위에서나마 관심 분야가 있을 경우에는 2~3개의 세부 분야들로 진로 영역을 좁혀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생명·화학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분자생물학이나 유전공학, 재활의학, 동물생명공학 등으로 영역을 좁혀 갈 수 있다. 대다수 학생들이 이 과정을 어려워하거나 잘못 수행하는 이유는 관련 정보의 부재 때문이다. 정보 수집이 진로 탐색의 출발점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진로 관련 정보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세부 직업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루트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고 첨단 영역들의 경우 그 변화 양상이 짧은 기간에도 급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에 따라서는 수집할 수 있는 정보 수준이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도 미리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일반적인 정보들은 언론 기사나 책, 강연, 동영상,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얻는 게 보편적이다. 온라인 매체로는 앞서 언급한 커리어넷이나 각 대학들의 학과 소개 페이지, 시도교육청별 진로진학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매우 제한적지만 이들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제법 체계적인 자신만의 진로 정보들이 구축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얻어내야 할 진로 정보 중 입시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직업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 역량들이다. 핵심 능력들을 기준으로 자신의 부족한 점과 더 발전시킬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진로 탐색의 첫 번째 목표이다. 더 나아가 진로 탐색의 완성은 학생부 기록이 아니라 학습 및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임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동기부여는 무언가의 실천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자기 역량과 미래 청사진은 조금 더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서류 상 입시 경쟁력은 진정한 진로 탐색이 주는 보너스에 불과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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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형의 대입 이야기] 진로 탐색으로 시작하는 대입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