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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T(약대입문자격시험) 준비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 기존 2+4체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약대 학제를 기존 체제와 통합 6년제를 병행,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끔 하자는 정책건의안이 도출됐다.
교육부가 1일 오후 2시 서울교대 에듀웰센터 2층 컨벤션홀에서 ‘약학대학 학제개편 논의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약대 학제개편 추진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토론 패널로는 이의경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임기영 아주대 의과대학 의과전문대학원 교수, 김성진 이화여대 화학나노화학과 교수, 백선숙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서울 중랑구), 박명훈 약학대학학생협회 대표, 강홍준 중앙일보 선데이국 사회에디터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각 약학계, 의학계, 이공계, 학부모단체, 학생, 언론 등을 대표해 발언했다.
◇ 기존 2+4체제와 통합 6년제 중 자율 선택…“약사가 갖춰야 할 역량 고려돼야”
약대 학제개편 연구 분석 및 정책자문단의 협의결과에 대해 하연섭 교수는 “약대 학제개편은 대학 자율로 선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단, 약학대학의 교육연한은 현행과 같이 6년을 유지하되, 제1안으로 신입방식 학생선발인 통합 6년제에 의견을 모았고 제2안으로 현행 2+4체제를 유지하는 안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결론을 낸 이유에 대해 “2+4년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또 “그간의 논의에서는 약사들이 가져야 하는 역량이 무엇이고 어떤 교육과정이 필요한지 객관적인 결론이 도출된 적이 없었다”며 “앞으로 약사가 갖춰야 할 역량을 분석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대 학제개편 관련 해외사례 연구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 등 7개국을 검토한 결과, 약학교육과 임상실습ㆍ훈련이 분리된 점, 임상실습이 다양하게 이뤄진 점, 약학대학 교육과정이 약사국가시험 및 약사면허 발급과 긴밀하게 연결된 점 등이 눈에 띄었다”며 “우리나라 역시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현행 2+4 체제 ‘PEET’로 인한 경쟁 심화 우려… “개선해야”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약대 편입학에 필수적인 PEET가 경쟁 심화를 유발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연섭 교수는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학생 1인당 PEET 준비기간은 약 6~18개월로 비용은 1000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처럼 장시간 PEET 준비로 인해 시간경제적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약학대학 정원인 1693명의 약 10배에 달하는 학생들이 편입학 준비 등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가 늦어지면서 사회적비용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의경 교수는 “정부는 현행 2+4체제를 통해 대학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약대 편입을 위한 입시 부담이 가중돼 제2의 입시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약대 편입 준비생들이 적어도 5년 이상의 기간 동안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있음을 넘겨서는 안 된다. 그 경쟁률을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약대 편입학 입시경쟁률(PEET응시 기준)은 약 9.4 대 1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라고 지적했다.
임기영 교수는 이와 관련해 “약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학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이공계 수업과 전혀 연계성이 없는 PEET 교육을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동료 학생들이나 교수들과도 괴리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더불어 김성진 교수는 “대학 생활 중에 PEET 시험에 집중하다 보니 원래 대학교육의 목표와 융합적인 소양에 도달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며 “이런 환경 때문에 기초과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2+4학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공론이 모일 경우 PEET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선숙 대표는 “2+4체제에서의 PEET 대비는 애초에 정상적인 학교 공부만으로 응시조차 불가능한 구조”라며 “약대 측에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2년 학부과정에서 취득 요건을 충족해 나갈 수 있는 시험, 궁극적으로 보다 정성적이고 과정중심의 평가를 마련하는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대 학제개편 공청회 “PEET 경쟁 극심…폐해 줄여야”
- 정책자문위원회 “현행 2+4체제ㆍ통합 6년제 결정은 대학 선택에 맡겨야”
- PEET 최근 5년간 경쟁률 9.4 대 1에 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