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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Bitcoin) 열풍이 무섭다.
그럴 만도 하다. 2009년 1월 탄생 직후 코인 한 개 값이 39센트이던 것이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2000만원(12월25일 국내 기준)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급격한 열기와 함께 수십 배의 이익을 본 이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제대로 답변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이 디지털 가상화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비트코인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등장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금융기관들의 실패가 초래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냈다. 결국 US 달러의 가치는 추락했다. 물가는 폭등 했고 금리는 바닥을 쳤다. 영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 기축 통화 달러가 무너진 것이다. 이때를 기회 삼아 소수의 자본가들은 막대한 부를 챙겼지만, 대다수의 경제구성원은 엄청난 양의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이는 결국 기존 화폐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배신감을 느낀 지식인들은 새로운 화폐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적 흐름 속에서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가명을 쓰는 가상의 인물이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화폐를 개발했다. 이들의 화폐는 한때 유행했던 싸이월드의 ‘도토리’와 유사한 개념이다. 단, 비트코인은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장치(회사, 정부, 은행 등등)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 P2P (Peer to Peer)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된다. 해킹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중앙기관의 비합리적인 규제와 운영에서 자유롭다. -
그리고 이러한 가상화폐의 구현을 가능케 하는 가장 핵심기술이 바로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블록체인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5명의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보겠다. 이름은 우성, 정재, 동원, 중기, 수현이라고 치자. 우성이는 어제 저녁식사 자리에 지갑을 안 가져와서 정재에게 10만원을 빌렸다. 같이 저녁을 먹은 동원, 중기, 수현은 우성이기 10만원을 빚진 것을 안다. 오늘 우성이는 정재에게 빌린 돈 10만원을 송금하려고 한다. 블록체인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돈을 송금하게 된다.
1. 우성이는 정재에게 10만원을 송금 하려고 시도한다
2. 해당 거래 정보는 ‘블록’이라는 상자에 보관된다
3. 이 ‘블록’은 우성이와 정재 뿐만 아니라 동원, 중기, 수현에게도 전달된다
4. 이 5명은 모두 블록을 열어 10만원이 맞는지 확인하고 거래를 승인한다
5. 만약 이 중 과반수 이상이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면 거래는 승인 되지 않는다
6. 승인시 해당 ‘블록’은 ‘체인’으로 등록된다
7. 우성이는 정재에게 송금을 완료한다
지금 이 그룹에는 5명 밖에 없지만, 만약 블록체인 안에 있는 친구들이 500명, 5000명, 5만명으로 늘어난다면 어떨까? 위에서 언급했듯 블록체인을 해킹하기 위해서는 전체 참여자 중 최소 50% 이상의 블록을 뚫어야 하는데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해당 장부는 10분마다 갱신하게 되어있어 산술적으로 더더욱 어렵다.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 500대로도 해킹이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이 핵심적인 기술로 주목 받는 이유이다. (얼마 전 언론에 비트코인이 해킹되었다는 뉴스는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비트코인의 ‘거래소’가 해킹된 것이다) -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은 이처럼 높은 수준의 보안성과 투명성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은행, 정부 등 중앙기관 없이 거래가 가능하여 탈중개성의 특징을 가진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일단 거래가 일어났을 경우 취소가 어렵다. 중앙장치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시 책임질 사람도 분명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지긋지긋한 공인인증서에서 벗어난 화폐거래, 모바일 투표, 신분증 대체 등을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의료서비스, 정부 행정 서비스까지 활용 범위를 확장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블록체인의 기술적 우수성을 비트코인의 가치와 직결 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필자가 수학한 Yale School of Management의 로버트 쉴러 교수(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는 “비트코인은 19세기 복본위제(bimetallism)와 같은 일시적인 유행이며,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것은 2000년대 닷컴 버블처럼 펀더맨탈이 아닌 흥미로운 소문들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필자 역시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비트코인을 하나의 통화체제로써 안정적으로 운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속 가능한 투자처가 아님을 시장이 인지하기 시작하면 대다수의 닷컴 회사들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만큼은 분명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정부 당국 역시 비트코인의 ‘화폐적 기능’과 ‘기술적 가치’를 구분해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체가 불분명한 대상에 눈이 멀어 블록체인이라는 금광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비트코인의 핵심기술, 블록체인 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비트코인의 핵심은 블록체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