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탐방] 송파종로학원 “5등급이 4등급 되면 성공한 재수인가요?”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12.20 14:19
  • 강승배 송파종로학원장은 “이곳 생활 규칙은 매우 엄격하며, 타협은 없다”고 했다. 건물 내 학생 간 불필요한 대화 및 이성 교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두발 염색이나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도 허용하지 않는다. /송파종로학원 제공
    ▲ 강승배 송파종로학원장은 “이곳 생활 규칙은 매우 엄격하며, 타협은 없다”고 했다. 건물 내 학생 간 불필요한 대화 및 이성 교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두발 염색이나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도 허용하지 않는다. /송파종로학원 제공
    “평균 5등급 받았던 학생이 1년 공부해 4등급 받는다고 성공한 재수라고 할 수 있습니까? 재수하는 9개월간 들이는 비용과 시간이 얼만데요. 그건 성공이라 할 수 없다고 봅니다.”

    송파종로학원(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강승배 원장은 학생과 학부모가 찾아오면, 학생 성적과 기존 재수생 데이터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어느 대학까지 갈 수 있는지 철저히 분석해 상담한다. 때로는 “이 학생 성향이 재수 생활에 안 맞으니 그냥 올해 수도권 전문대에 보내는 게 나을 것”이라며 돌려보내기도 한다. 강 원장은 “누구에게나 재수를 권하진 않는다”며 “아무나 뛰어들어 성공하는 만만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누군가 재수를 결심하고 학원에 등록하는 순간, 그는 이들을 목표치 이상으로 올려놓기 위한 맞춤형 전략 수립에 들어간다. 수능 상위 35%의 평균 성적으로 재수를 시작해 1년 만에 상위 4%대로 올라선 학생이 올해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모평 중심 3학기제…맞춤형 논술로도 30%가 합격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10시. 송파종로학원 정규반 학생들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주로 서울 송파·강동·광진과 경기 하남·구리 학생들이 전용 셔틀버스로 통원하며 일요일·공휴일에도 의무 자습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은 잠만 집에서 자는 ‘사실상 도심형 기숙학원’이다. 강 원장은 “이른 시간에 등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고교 3학년 재학생 대비 1.5배의 학습 시간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종로학원의 50여 년 입시 노하우를 녹여낸 본사 직영 커리큘럼으로 운영하는 정규반은 총 3학기제로 구성된다. 학기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를 중심으로 나뉜다. 1학기는 2월 중순부터 6월 모의평가까지다. 이 기간에는 국·수·영·탐구·한국사 개념을 차례로 정리하고 문제풀이를 진행한다. 2학기는 6월 모의평가 성적에 따라 반을 재정비한 다음, 9월 모의평가까지 이어진다. 이 시기에는 반복 학습 및 취약 과목 집중 학습을 한다. 기출 문제 유형 분석과 종로학원만의 특수 교재로 수업한다. 9월 모의평가 이후 수능 직전까지 계속되는 3학기에는 수능·모의고사 기출 문제와 EBS 교재를 중심으로 실전 연습을 한다. 강 원장은 “송파종로학원만의 ‘찍기 무료 특강’으로 마지막 성적 뒤집기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학원 내 1인 1좌석제 독서실을 갖춰 수업 후 충분히 복습할 수 있다. 연중 무료로 일대일 입시 컨설팅도 제공한다.

    일찍 재수를 결심하거나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은 2월 중순 정규반 개강에 앞서 2018년 1월 8일 개강하는 우선선발반에 등록하는 게 일반 코스다. 국·수·영·한국사 개념을 다시 잡고, 취약 과목을 맞춤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강 원장은 “재도전을 앞둔 학생들이 올바른 학습 습관을 체득하고 수능 기초를 다지는 기간”이라며 “재수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남보다 하루라도 일찍 시작해야 유리하다”고 했다.

    요즘은 재수생도 수시모집을 활용해야 한다. 이들이 주로 지원하는 전형은 논술고사다. 송파종로학원은 2~6월엔 기본기를 다지는 일반 논술 프로그램을, 6월부터 논술고사 응시 직전까지는 대학별 집중 프로그램을 각각 제공한다. 강 원장은 “최근 통계를 보면 재원생 10명 중 3명이 논술전형으로 진학한다”며 “수시모집 6장 카드를 최대한 활용해야 목표 대학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다각도 전략을 통해 전체 송파종로학원생 중 90% 이상이 이른바 인서울(In Seoul)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에 합격하고 있다.

    ◇“아이에게 재수 먼저 권하지 마세요”
    강 원장은 재수를 거친 두 대학생의 아버지다. 학원장이기 이전에, 누구보다 재수생 학부모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자녀에게 재수를 먼저 권유하지 말라”고 했다. 이미 크고 작은 실패로 마음에 무수한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 “실격자가 됐으니 빨리 재도전하라”고 억지로 권해 상처를 덧내지 말라는 것이다. 이 시기 아이들은 분노·좌절·실망·아쉬움으로 자신감을 잃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력감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다수라고도 했다. 강 원장은 “자녀 스스로 ‘재수하겠다’고 말할 때까지 며칠이고 몇 달이고 기다려주라”고 했다. “수험생들을 오래 지켜보니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부모 손에 이끌려온 학생들은 공부를 제대로 안 합니다. 부모도 사람이다 보니 인내하기가 참 어렵겠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 아니겠습니까. 믿고 기다려주는 수밖에요.”

    자녀가 재수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때부턴 부모도 상황이 허락하는 한 지원해야 한다는 게 강 원장 생각이다. “재수 기간이 2년, 3년이라면 아이도 부모도 못 할 일입니다. 비용도 마음도 긴 시간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딱 9개월만 하면 됩니다. 이 기간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도록 효율을 최대로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강 원장은 “어린 학생이 학교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신을 통제하기 쉽지 않으므로 학원에 다니는 편이 유리하다”면서도 “어느 곳에 있는 어느 브랜드 학원을 갈 것이냐, 기숙이냐 통학이냐 하는 문제를 학생 성향과 비교해 꼼꼼하게 따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송파종로학원의 독서실형 자습실. /송파종로학원 제공
    ▲ 송파종로학원의 독서실형 자습실. /송파종로학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