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휴업 예상 시나리오는? '강행'이냐 '철회'냐…"소송도 불사"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9.15 15:12

- 교육부 ‘한유총 휴업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 예정
- 한유총 “교육부 ‘원아모집 정지’ 땐 법적 소송 불사”
- 집단 휴업 땐 학부모들 “원비 환불받을 것”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전국 사립유치원 최대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집단 휴업 강행을 예고한 가운데 교육부가 이를 불법으로 보고 15일 오후 이와 관련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관심은 한유총이 실제로 집단 휴업을 강행할지에 쏠려 있다.

    교육부는 애초 이날 오후 2시 30분 한유총의 휴업 기자회견 관련 대책을 발표 예정이었으나 오후 5시 이후로 시간을 늦췄다. 이유는 교육부 측에서 한유총 휴업 강행 여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 한유총 관계자는 “애초부터 오늘 기자회견 계획은 없었다. 왜 교육부가 이러한 예고 발표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유총과 교육부의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단적인 예다.

    한유총의 요구는 ▲누리과정 지원금 확대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중단 ▲사립유치원 시설에 대한 사용료 인정 등이다. 한유총 고위관계자는 15일 본지 전화인터뷰에서 “‘정부의 국ㆍ공립유치원 40%까지 확대 정책 반대’까지는 굳이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가 아이들을 볼모로 유치원 원장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만약 교육부가 휴업을 이유로 유아모집 정지를 한다면 교육부 상대로 법적 소송을 불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유총 “20만원 지원 시, 원비 20만원 내릴 것”

    그는 “사립유치원 학부모에게 교육 평등차원에서 월 20만원씩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될 시 모든 사립유치원이 월 20만원씩 내려 원비를 책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지원이 확대되면 부모들은 자동으로 유치원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기옥 한유총 서울지부장은 “부모들은 아이의 학습권을 침해받아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사립유치원은 생존권이 걸려 있다”며 “부모들이 잠깐 불편한 것을 감수하면 효율적으로 국가 지원(2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5일 각 시도 교육청 집계에 따르면 전국 사립유치원 4245곳 중 교육청이 휴업 참여 의사를 확인한 유치원은 2400여 곳(58%)에 이른다. 조사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서울지역 사립유치원(671곳)을 제외하면 집단 휴업 동참 유치원 비율은 70% 가까이 된다. 서울지역 휴업 참여 유치원은 450곳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만약 사립유치원 2900곳이 집단 휴업에 참여할 경우 해당 원생은 22만6000명에 달한다. 한유총 관계자는 “오전 11시 기준으로 3900여 곳이 참여한다고 밝혀 약 90%가 파업에 동참한다”고 설명했다.

    ◇ 여론 악화 속 요구 받아들여질 시 철회 가능성도

    교육부는 오늘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유총 불법 임시 휴업 관련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다. 이 발표에서 한유총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시 한유총은 철회 여부를 고민한다는 입장이다. 한유총 고위 관계자는 “교육부 발표를 보고 나서 철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휴업 자체가 목적은 결코 아니다. 우리의 정책요구에 정부가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로서도 휴업을 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휴업 땐 학부모도 “가만있진 않을 것”…‘환불 쇄도’ 예고

    한편, 학부모들 사이에선 휴업이 강행될 경우 유치원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인 만큼 이에 대해 맞대응을 하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원비와 급식비, 방과후교육비 등을 일부 환불받자는 움직임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네이버의 육아 카페에서는 최근 ‘유치원 휴업-원비 자동해지하기 운동’이란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의 요지는 휴업을 선언한 사립유치원에 대해 학부모들이 원비 납부 거부로 항의성 집단행동을 하자는 내용이다. 작성자는 “불법 휴업으로 인해 원비 지불을 할 수 없으니 자동이체를 해지하겠다는 뜻을 유치원에 전달하자”며 “만약 유치원관계자와 대화가 부담스럽다면 ‘부당징수 교육비 반환신청서’를 작성해 아이 편에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오는 18일과 추석 연휴 바로 직전인 25~29일 총 2차례 6일에 걸친 휴업을 예고했다. 이날 휴업에는 전국 사립유치원의 90%에 달하는 3900여곳이 참여할 예정으로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대적인 ‘보육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