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미뤄진 중3 입시안, 남겨진 쟁점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9.04 09:46
  •  지난 교육부의 “8.31 수능개편안 유예” 발표가 있기 전날, 예상치 못한 진풍경이 벌어졌다. 교육부의 공식 발표 전 엠바고(보도시점 유예)가 걸려있는 보도 자료가 인터넷 상에 돌아 다녔고, 전날 오후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수능개편안 유예에 관한 소문이 이미 퍼질 대로 퍼져있었다. 심지어 일부 언론사는 “수능개편안 1년 유예 확정”이라는 표제를 달고 발표 전날 밤 인터넷 기사까지 내보내 소문으로만 듣던 뉴스를 확인시켜준 꼴이 되었다. 수능개편안 1안, 2안 모두 극렬한 비판을 받던 터라, 일견 예상하기도 했지만 막상 수능개편안 1년 유예 소식을 듣는 순간 후폭풍이 예상되었다. 애초부터 내년에 발표한다고 했으면 이럴 일도 없으련만 하는 한탄이 절로 나왔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주요 목표인 문․ 이과 통합교육의 하나인 “통합사회, 통합과학”이라는 화두는 올해 여름 중3 학부모를 들끓게 했고, 수능과목에 들어갈지 내신과목으로만 편성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직 고교생이 채 되지 않은 중3학생들과 학부모에게까지 대입열풍을 불게 했다. 유예라고 하지만 원칙적으로 ‘원점 재검토’이므로, 내년 8월 입시안 발표까지, 예측불가 입시 개편안 바통을 건네받는 중2만 속앓이를 하게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의 당사자가 중3임에는 변함없다. 중3은 2015 개정교육과정 적용의 첫 대상이자, 2018 수능과 동일한 시험을 치러야 하는 과도기적 입시 하에 놓여 있다. 영어절대평가를 제외하고는 상대평가 체제이므로 수능공부에도 기존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힘을 기울여야 한다.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일단 수능에서 제외되어 부담을 덜었다. 하지만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옛 수능처럼 문. 이과 각각 2과목씩 선택하게 된다. 교육과정은 문․ 이과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수능은 문․이과를 확실히 구분지어서 치르게 되는 ‘미스매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중3의 2021 대입에서 가장 주목할 포인트는 내년 2월 확정될 수능 범위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원칙대로라면 진로선택과목은 수능에서 기본적으로 제외되므로, 진로선택인 ‘과학탐구 Ⅱ’는 수능에서 제외되어야 하나, 기존수능체제 하에서는 과학탐구Ⅱ의 선택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심화과목인 과학탐구 Ⅱ의 수업방식이 실험과 토론 중심의 교육보다는 수능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과 수학 교과과정인 ‘기하와 벡터’도 새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선택과목으로 되어있는 반면, 기존 수능수학 범위에는 들어가 있어, 개정교육과정과 기존 수능시스템이 계속 충돌하게 된다. 교육부의 묘안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쪽 대본을 기다리는 배우의 마음이 이럴까, 당사자인 중3 학부모들은 애가 탄다.

     또 하나의 쟁점은 내년 고입 제도가 현 중3에 미치는 영향이다. 외고. 자사고. 국제고 등의 전형일정을 일반고와 동일하게 할 계획이라는 교육부의 업무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폐지 수순인 것은 이해하겠는 데, 올해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을 선택한 중3생들의 입장은 난처하다. 극단적인 경우 자사고 등에 입학해서 일반고로 졸업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수까지 하게 된다면, 자신이 재수할 시점에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올해 자신이 선택할 고교가 새로운 입시제도에 유리한지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마지막 쟁점으로‘ EBS 수능 연계율 축소’가 있다. 교육부가 수능과 EBS 교재 연계율 축소방침을 최근 밝혔으므로, 현 중3이 고3이 되어 치르는 수능에서 실제 체감 난이도가 대폭 상승할 것이라는 교육계의 의견이 많다. 결국 이대로라면 중3은 크게 바뀌지 않은 입시에서 예년보다 더 힘든 ‘수능과 내신, 학종’의 삼중고를 겪게 되었다. 이런 점을 깊이 살펴, 내년 2월 중3의 입시 부담을 덜어줄 교육부의 ‘수능범위 확정안’과 향후 보완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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