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과학고 이야기] 2018 과학고 자기소개서 특강③-항목 분석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7.18 09:21
  • ‘답은 문제 안에 있다’는 말이 자소서처럼 잘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다. ‘답은 자신 안에 있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자소서는 항목 내용을 잘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자기 이야기를 꾸려 나가면 그만이다. 모범답안을 찾는 객관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말 그대로의 ‘주관식’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수험생들은 ‘자기 이야기’ 찾기를 어려워하지만 실상은 문항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오류가 발생한다. 의외로 자소서 항목의 의도를 맥락적으로 잘 이해하고 제대로 파악한 후 글을 써내려가는 수험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과학 탐구 활동’, ‘수학 학습 경험’ 등 각 항목의 개략만을 떠올리며 자소서 작성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과학고를 지원하는 이과 성향의 수험생들에게 그런 경향은 좀 더 강하게 나타난다. 너무도 당연한 과정이지만 그래서 더 방심하고 놓쳐버리기 쉬운 자소서 항목의 분석와 그 이해에 대해 알아봤다.​

    내가 지원할 과학고, 자소서 구성 특징은?
    실제 자소서 작성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소서 항목의 확인이다. 학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자기 선발의 이유도 제대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20개 과학고들의 자소서 항목은 매년 제각각이다. 항목 구성도 1~7개로 다양하지만 모든 과학고가 공통적으로 원하고 강조하는 것은 역시 수학·과학 관련 내용과 인성 영역이다.

    서울 지역 세종·한성과고는 2016학년도 입시부터 이들 수학, 과학, 인성 3개 항목 구성만을 고수해왔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과고 자소서 대부분에 포함된 지원동기 및 진로계획 항목이 별도로 없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하지만 많은 지원자들은 1~3번 항목 내용을 서술하며 지원동기나 진로계획도 일부 포함시킨다. 예를 들면 한성과고 1번 항목에서 ‘과학 분야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탐구 활동’을 드론에 대한 관심과 유체역학에 대한 학습 내용으로 기술했다면 그 말미에 자신의 꿈이 항공우주연구원임을 밝히는 식이다. 관심 분야에 대한 설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는 이야기지만 해당 항목이 원하는 핵심 내용은 아닌 만큼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항목 구성을 보이는 인천진산과고와 대전동신과고 지원자들도 유념할 부분이다.

    반면 지원동기와 진로계획을 아예 별도의 항목으로 구성해 비교적 비중 있게 다룬 학교도 있다. 경기북과고와 강원·경남과고가 대표적이다. 경기북과고는 지원동기와 함께 진학을 위한 노력들을 강조했으며 진로계획(졸업 후 사회적 기여와 책음)은 아예 별도의 항목으로 구성해 서울 지역 과학고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경기북과고는 다른 항목 구성을 봐도 수·과학 역량만큼이나 지원자의 전인격적 부분에 관심을 두는 성향이 뚜렷하다.

    나머지 과학고 대부분도 지원동기나 진로계획을 자소서 항목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자기주도학습 경험이나 독서활동 등 다른 영역과 함께 포괄적으로 묶어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서로 다른 영역을 한 항목 내에서 소화할 경우에는 각 소재들의 경중을 따져 적절한 분량 분배에 신경 써야 한다. 이때 각기 다른 소재들을 매끄럽게 연결해 쓰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인다면 입학담당관의 가독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 될 수 있다. 올해 입시 기준으로는 인천과고와 대구일과고 등의 자소서가 대표적이다. 아예 영역별 칸막이가 없어 각 소재별 분량 구성이 자유로운 부산과고 지원자들은 각별히 더 유의해야 한다.

    주요 과학고 자소서 항목 변화
    2013학년도 이후 현재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이어오고 있는 과학고 입시지만 자기소개서만큼은 학교에 따라 매년 의미있는 변화가 자주 보인다. 올해도 현재까지 자소서 서식이 공개된 19개 과학고 중 9개 과학고는 자소서 내용이나 형식에 크고 작은 변화를 줬다. 가장 큰 변화를 준 곳은 인천과고다. 인천과고는 처음으로 지원동기와 인성 영역을 자소서 항목에 포함시켰다. 분량 비중도 적지 않아 자기주도학습 경험을 포함해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수학 및 과학 탐구 경험은 작성 비중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수·과학 영역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항목이어서, 보다 변별력을 갖춘 ‘소수 정예’ 소재 선별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늘어난 면도 있다. 자소서의 전체 작성 분량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비슷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즉, 분량이 줄어든 만큼 밀도 있는 작성의 중요성은 커진 셈이다. 전체 작성 분량이 줄어든 학교는 인천과고가 유일하지만 강원·경산·전남과고 등이 항목별 작성 분량을 비교적 큰 폭으로 조정했다. 해당 학교 지원자들의 경우 변화된 내용을 통해 예년 지원자들의 작성 문제점 등을 예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세심한 어휘 선택을 통해 입시에서의 자소서 실효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한 학교들도 있다. 세종과고는 수학 및 과학 탐구 사례 기술에 있어서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새롭게 포함시켰다. 이는 과거의 지원자들이 소재 변별력 확보에만 급급해 정작 자기 특성을 드러내는 데에는 실패한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면이 있다. 고교나 대학 수준의 수·과학 이론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는 중학교 교육 과정 내에서의 기본 개념들이라도 자신에게 보다 의미있게 체화된 소재 선택을 유도하는 부분이다. 반면 대전동신과고는 2번 자기주도학습 경험 항목에서 ‘남다른 도전 경험’이란 표현을 배제함으로써 ‘자소서 소재는 독특해야 한다’는 지원자들의 강박을 어느 정도 덜어주고자 한 의도가 엿보였다. 그밖에도 경북과고의 인성 영역 항목에 ‘리더십’이 추가된 점, 전남과고 수·과학 탐구 영역에서 ‘융합’ 소재가 새롭게 언급된 점도 해당 지원자들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참고로 한성과고, 경기북과고, 부산과고, 경남과고, 제주과고 등 5개 과학고는 최근 3년간 자소서 항목 구성에 아무런 변화 없이 예년 서식을 고수중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