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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공부 좀 하려고 하면 잠이 오고 수업 좀 들으려고 하면 졸려서 짜증나는 경험을 한다. 나만 의지박약인가 우리 애만 아직 동기가 부족한 걸까? 차라리 공부를 안 해서 못하는 거면 그러려니 할 텐데, 하고 싶은데 잠이 와서 못하니 죽을 맛이다. 반면에 전교1등하는 친구들을 보면 밤에 잠도 안자고 공부하는 것처럼 많은 시간과 분량의 공부를 해낸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강철 체력인걸까? 그렇다면 공부에 체력이 필요하다는 말은 단순히 많은 양의 공부를 해내기 위함뿐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보통 감정적인 기분인 경우가 많다. 또한 기분은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이지만 신체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 이유를 따져보자.
우리 뇌의 가장 안쪽에는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는 신체의 기본적인 생명활동을 관장하는 부분이 있다. 그 바깥에는 포유류의 뇌라고 불리는 감정을 관할하는 부분이 있고, 최종 바깥부분에는 인간의 뇌라고 불리는 학습과 이성을 관장하는 곳이 있다. 이 세 부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으면 기분이 좋고 기분이 좋으면 머리가 잘 돌아간다. 반대로 컨디션이 난조이면 기분이 안 좋거나 위축되거나 들뜨게 되고 그와 함께 머리가 멈추고 기분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공부에도 체력이 필요한 진짜 이유다.
내 몸의 컨디션을 잘 조절하여 기분과 학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도 어찌 보면 공부의 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학창시절의 공부라는 것은 대학이나 그 이후의 연구 개발과 달리 나를 조절하는 연습을 하는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이라면 나를 조절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나에 대한 조절을 내팽개치고 미치도록 몰두와 매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험을 향한 공부의 속성이 강한 중고시절의 공부는 나를 잘 조절하여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입력을 잘 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그 내용을 출력해내는 출력을 최대한 빠르게 하는 능력을 요구받는다. 게다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수년간의 노력이 누적되어야 한다. 따라서 평소에 루틴한 하루하루의 공부를 꾸준히 해나가야만 하고 이런 과정에서 과욕을 부려 지나치게 무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프거나 잠을 너무 줄이거나 과도한 운동으로 체력을 소진 하는 등의 선택은 자기조절의 실패를 낳고 결국 기분과 학습을 모두 망치는 원인이 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평소 삶에 대한 태도를 살펴보면 그래서 즉흥적이거나 과도하거나 비정규적인 신체 활동이 최소화 되어 있고 보통 안정적이며 균형 잡힌 패턴을 보인다. 그랬을 때 감정적으로나 학습적으로 안정되고 균형 잡힌 자기 조절이 가능하며 효율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본격적인 수험생이 아니라면 이러한 평소의 자기 조절만으로도 충분한 공부체력을 확보할 수 있고, 공부 분량을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문제는 고3과 같은 수험생이 되었을 경우다. 이때는 단순한 자기조절의 단계를 넘어가기 시작한다. 주어진 시간을 120%활용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말 그대로 체력이 공부 분량을 자체를 결정하는 단계를 말한다. 남녀의 차이보다는 물론 개인 간의 차이가 더 크긴 하겠지만 보통 여학생들이 평소 운동량이나 신체 활동량의 부족으로 인해 더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를 대비한다면 기본적인 운동이나 신체활동은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결정적인 순간에 큰 차이를 발휘하므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농구나 축구도 괜찮지만 여학생을 고려하면 개인적인 체육활동으로 줄넘기나 수영 또는 기초적인 러닝이나 자전거 등을 통해 체력을 기르는 것을 추천한다. 음식이나 건강보충제는 스포츠 활동 후에만 얻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지는 못한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기초체력을 기르는 스포츠 활동을 공부계획표에도 작성하고 실천한다면 그 과정에서 공부로 받은 스트레스도 함께 해소할 수 있다.
학창시절의 공부는 종합적인 자기관리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해환경이나 공부를 방해하는 유혹을 제거하는 것부터 잠을 조절하고 항상 메모하며 공부환경을 정리정돈 하는 것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자기조절력을 사용해보고 그 능력을 길러나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고 기초가 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기초 체력일 것이다. 건강한 신체가 뒷받침 될 때 교과 공부뿐만 아니라 비교과 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고 친구들과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도 수월해진다. 지금부터는 의지력 탓만 하면서 자책하지 말고 체력을 향상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보자. 원래 의지력이란 것은 믿을 것이 못된다. 내 체력이야말로 자기조절력의 믿음직한 기반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체력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