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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교수와 강사들의 성희롱, 성추행 발언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대학들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후대응 차원을 넘어 사건 발생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내부 고발 및 검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14일 성균관대와 한양대에 따르면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의 강의평가에서 교수의 성차별적 발언, 행동 여부를 묻는 항목을 추가했다.
성균관대는 강의평가 항목 추가해 ‘성차별 항목’을 넣고 ‘교수님은 성차별적 언어사용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셨으며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하였습니까?’라는 질문을 추가했다. 또한 ‘설문조사는 비공개로 시행된다’며 ‘설문자에 대한 신분보장도 철저히 지켜준다’는 문장도 넣었다.
한양대도 ‘강의의 내용 혹은 설명 등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등과 관련된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면 구체적인 내용 및 의견을 작성해 달라’는 문항을 강의평가에 이번 학기 신설했다. 지난해 2학기 한 강의에서 교수가 "누가 서른 살 먹은 여자와 결혼하느냐"고 발언해 학생들의 반발을 산 것이 발단이었다.
한양대 관계자는 “수업 중 있었던 성별과 인종ㆍ국적ㆍ종교 등 각종 차별적 언행에 대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별도의 항목이 강의평가 문항에 있다”라며 “가장 문제가 되는 교수들의 성희롱 발언도 이를 통해 제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양대는 지난해 2학기 시범운영을 거친 뒤 일부를 개선해 올해 1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대학들의 움직임은 교수나 강사의 강의실 내 성차별, 성추행 문제가 최근 잇따르면서 개선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일례로 최근 중앙대에서는 여성혐오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이 수업에서 나왔다. 모 교수는 “학교? 기능의 분화가 일어난 거야. 왜냐면 총장님, 교수, 학생, 방호원, 커피 파는 아가씨, 뭐야 다. Division of Function(기능의 분화)이 있는 거야”라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서울시립대는 수업 중 “30살 넘은 여자들은 자신이 싱싱한 줄 알고 결혼을 안 한다” 등 성차별, 인종차별 발언을 상습적으로 한 A 교수를 지난 4월 파면한 바 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강의평가에서 이러한 내용이 확인되는 즉시 교무팀에서 해당 교수와 소속 단과대 학장에게 피드백을 진행하도록 했다”며 “강의평가 항목 다변화가 학내의 차별을 없애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성균관대와 한양대 외에도 고려대, 연세대 등은 이미 강의평가를 할 때 차별 경험을 묻고 있다.
대학교수, 여혐·성차별 발언 줄어들까…성균관대·한양대 강의평가에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