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에게 자신의 역할이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부모 네 명 중 한 명(23.9%)은 부모로서 역할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여기고 있었다.
9일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육아정책포럼' 봄호(제51호)는 이 같은 내용의 '한국인의 자녀 양육관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을 소개했다. 연구를 맡은 문무경 선임연구원은 한국인의 자녀 양육관 변화 양상을 파악하고자 2008년과 2016년에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2008년 조사에는 20∼50대 성인 3747명이, 2016년 조사에는 20∼50대 성인 1013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에게 부모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고 생각한다고 여기는 비율이 2008년 35.7%에서 2016년 26.7%로, 최근 8년 사이 크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부모로서 부족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2008년 19.8%에서 2016년 23.9%로 증가했다.이들은 이상적인 부모가 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요소로 ‘경제력’을 꼽았다. 자신의 부모 역할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를 한정해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조사한 결과, 2008년(46.4%)과 2016년(46.1%)가 모두 '경제적 지원'이라고 답했다. 연구진은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경향은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사교육비 투자로 더욱 심화된다”며 “아이들과 정서적 유대가 필요한 시간에 경제력을 키우려 일에만 집중한다면, 자녀와의 소통은 점차 약화돼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통상의 기간도 연장됐다. 조사 결과, 자녀가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2008년 26.1%에서 2016년 40.9%로 크게 늘었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취업할 때까지' 14.7%→23.6% ▲'결혼할 때까지' 10.2%→12.0% ▲'결혼 후 기반이 마련되고 안정될 때까지' 0.6%→3.0% ▲'평생 언제라도' 0.6%→2.3%로 각각 증가했다. 반면, '대학 입학 전까지'는 11.2%에서 9.9%로,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62.7%에서 49.2%로 줄었다.
연구진은 “연구결과는 결혼 후에도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은 현 실정을 반영한 것”이라며 “2008년에 비해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초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성인들이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성인 자녀의 부모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부모 4명 중 1명, "부모로서 역할 수행 못해"
-‘한국인의 자녀 양육관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 연구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