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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로나민 X~ 오로나민 X~.”
신촌 대학가의 한 커피숍. 익숙하고 중독성 강한 요들송 멜로디가 들린다. 유명 커피체인점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이라고 믿기에는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강한 후렴구로 인해 수험생들 사이에선 ‘수능금지곡’으로 통하는 한 CM송이 대학가 커피집에서 나오는 이유는 뭘까.
시험기간만 되면 카페에서 제일 값싼 아메리카노만 시켜놓고 온종일 앉아 있는 이른바 카공족(카페공부족)이 극성이다. 이들은 카페 주인뿐만 아니라 손님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경우가 있어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대학가 인근 카페들은 매장에 ‘과제 행위 금지’, ‘사석화 금지’라는 알림까지 붙여놓고 있지만 소용없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외대 앞 유명 커피 체인점의 한 매니저는 “시간제한 문구를 붙여놓기는 하지만 실제로 4시간 이상 자리에 앉아있었는지를 일일이 확인할 방법은 없다”며 “자리에 가방이나 겉옷만 두고 점심이나 식사를 하러 가는데 치울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개 층만 사용하는 카페보다 2, 3층을 운영하는 카페에서 ‘사석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카페 업주들은 “주로 1층에 있는 직원들 눈을 피해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위층에 자리만 맡고 나가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민폐 카공족’에 카페업체도 저마다 아이디어로 맞서고 있다. 4월 중간고사 기간에 더 극성을 부릴 카공족에 대응하기 위해 TV와 라디오 등에서 흘러나오는 광고음악을 카페의 배경음악(BGM)으로 쓰는 것이다.
신촌의 한 카페 매니저는 “가맹점 가게라 가사가 있는 BGM을 트는 것은 규칙 위반이지만 4월, 10월 같이 ‘카공족’이 몰리는 시험기간에는 공공연한 비밀로 가사가 있는 노래를 틀고 있다”며 “초기에는 아이돌 노래 중 신나는 댄스곡을 틀었는데 효과가 없었다. 다른 방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중독성 강한 CM송”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억에서 떨쳐버리려 하면 할수록 더욱 강렬히 귓가에 맴돌기 때문에 공부를 하러 온 ‘카공족’을 대응하기에는 좋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CM송은 과연 민폐 ‘카공족’ 퇴치에 효과가 있을까. 귀에 중독성 있는 노래가 맴도는 현상을 ‘귀 벌레 현상’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귀 벌레 현상은 뇌의 중심부에 있는 청감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해 일어난다”며 “최근 인기를 끄는 CM송은 반주를 극도로 줄이거나 멜로디를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어 뇌에 각인이 쉽게 되고 (CM송 외에) 다른 것에는 집중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M송이 ‘카공족’을 대처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 카페 주인들은 민폐 손님들의 가장 큰 문제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 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CM송이나 시끄러운 음악을 일반 손님이 있는데도 몇 시간 틀어 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업체 입장을 고려해 음료를 주문하면 사람 수에 따라 1인석에 앉는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중간고사 때는 중독성 강한 CM송이 BGM? ‘카공족’에 맞불 놓는 카페들
-시험기간이면 대학가 ‘카페 사석화’ 심해져⋯"상대방 배려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