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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에 유독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가 있다. 방송반에 가입한 학생인데, 정말 바쁘다. 대부분 학교의 방송반은 동아리 특성상 실제 하는 일이 많은 편이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행사관련 활동부터 사소하고 자잘한 방송들에까지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축제라도 준비하게 되면 결과물을 만들어서 보여야 하니 활동에 시간이 많이 뺏기는 대표적인 동아리 중 하나다.
이런 방송반의 특성을 잘 아는 이유라면 필자도 방송반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방송반의 동아리 장까지 맡아서 활동을 했었다. 당연히 동아리에 많은 시간을 빼앗겼고, 이는 공부에도 영향을 받았었다. 특히 당시에 유행하던 청소년 드라마 <나>라는 프로그램의 주요 배경이 고등학교 방송반 동아리였다.이런 드라마의 영향으로 당시 방송반 지원 인원은 넘쳐났고 3차에 이르는 시험을 치렀다. 1차 지필고사, 2차 강당에서 하는 단체 면접, 3차 개별 면접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게도 뽑았다.
그렇게 어려운 단계를 통과하여 들어온 친구들은 대부분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이었다. 처음엔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던 학생들이었지만 동아리 활동과 함께 하강곡선을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동아리 일도 많았고 빠질 수 없는 행사들도 많았다. 이 시기에 공부를 잠시 놓았다가 3학년에 이르러 다시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당연히 방송관련 일을 하고 싶어 했던 친구들도 성적이 하락하면서 조금씩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필자도 물론 포함된다.
언론홍보학과나 신문방송학과를 희망했던 꿈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꿈에 대한 열정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떨어진 성적이 꿈을 변경하게 된 가장 큰 문제였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꼭 우선순위를 생각하라고 강조해서 알려주곤 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최선을 다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정도와 시기에 대한 주의는 필요하다고 말이다. 당장 동아리 활동이 너무 하고 싶어도 자신의 꿈으로 가는 과정에 ‘공부’라는 큰 산이 존재한다면 그것부터 넘어야 한다. 그 과정을 무시하고 갈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학생들 대부분 마음이 급할 것이다. 필자도 그러했다. 시간과 노력을 부어도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더 눈길이 쉽게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아리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꿈에 가까이 간다고 볼 수는 없다. 동아리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과정이지, 그 활동 자체가 꿈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주객이 전도된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정말 많이 느꼈다. 더군다나 이런 학생들이 안타까운 이유는 너무나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열정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논리와 이성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보다 앞으로의 그림을 좀 더 크게 보기 바란다.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대학교라는 더 큰 무대에서 해 나간다면 그 기쁨은 훨씬 크지 않을까 -
[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동아리는 꿈이 아니라 꿈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