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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경기과고와 서울과고의 제출서류 양식 발표로 8개 영재학교들의 2018학년도 전형 및 자소서 항목이 모두 확정 발표됐다. 두 학교의 경우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소 늦은 자소서 공개였지만 제출 기한 역시 4월 중순 이후까지로 비교적 늦게까지 가능해 아직 작성 기간은 충분한 상태다. 다만 두 학교 모두 자소서 항목에 변화를 꾀한 점은 올해 지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단순히 예년보다 분량이 줄거나 항목이 축소되었다고 평가 비중을 낮춰 보긴 어렵다. 오히려 자소서의 실질적인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내실을 기한 모습이 역력하다.
실제로 서울과고는 올해 전형요강 발표 보도자료를 통해 1~3단계 전형에서의 학생기록물 평가와 면접 평가의 강화를 예고했다. 경기과고 또한 1단계(서류+지필) 평가 기간을 지난해보다 크게 늘려 서류 내용과 지필고사 성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종합평가 성향이 강해질 전망이다. 영재학교 중에서도 최고의 수재들이 우선 지원하는 이들 두 학교의 2018학년도 자소서 변화 내용과 그에 따른 작성 요령에 대해 알아봤다. 「임태형의 영재학교 이야기」 자소서 작성법 여섯 번째 순서다.
서울과고·경기과고 자소서 변화 핵심
지난 3월 22일 공개된 2018학년도 입시용 서울과고 자소서는 전체 작성 분량 축소가 가장 큰 특징이다. 띄어쓰기를 포함해 지난해 2500자 분량이 올해는 1800자로 줄었다. 지난해 대비 72% 수준이다. 항목 수는 3개로 지난해와 동일하지만 1번 항목 분량이 절반으로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서울과고 자소서 1번은 지원동기 및 진로계획 관련 내용으로 애초부터 변별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항목이었다. 2번 항목의 수·과학 관련 내용도 1000자에서 800자로 소폭 축소되었고 3번 항목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500자를 유지했다. 각 항목 내용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세부적인 표현에서 변화를 준 점은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올해 1번 항목의 ‘지원한 동기를 자신의 진로와 연관지어’ 부분은 지난해 ‘지원동기와 자신의 미래모습’이었다. 얼핏 유사해 보이지만 지원동기와 진로계획의 연관성을 보다 강조한 것이 포인트다. 최근 몇 년간 변함없던 ‘미래모습’이란 어휘도 ‘진로’로 교체한 만큼 희망하는 직업·업무계열 중심의 장래 계획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2번 항목에서 수·과학 관련 ‘뛰어난 능력, 흥미, 특기’가 ‘특기나 잠재력’으로 바뀐 점이나 3번 항목에서 ‘1,2 문항 이외에’ 등의 단서 조항이 새롭게 포함된 점도 같은 맥락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3월 24일 영재학교 중 가장 늦게 공개된 경기과고 자소서는 항목 수와 항목별 작성 분량에 변화를 줬다. 가장 큰 변화는 지난해 마지막 항목이었던 ‘사회적 기여와 책임’ 관련 내용을 올해는 완전히 배제한 점이다. 이를 대신하여 기존의 ‘수·과학 창의성’ 항목과 ‘열정’ 항목은 각 300자씩 작성 분량이 늘었다. 독서 항목을 포함한 지난해 총 4개 작성 영역이 올해는 3개로 축소되고 글자 수도 전체 2600자에서 2500자로 소폭 감소한 셈이다. 사실상 인성 영역이 사라졌지만 사전 작성한 자소서 초안에 관련 내용이 우수할 경우 2번 ‘열정’ 항목에 일부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
변화에 따른 자소서 작성 전략
최근 몇 년간 동일 항목을 고수했던 서울과고와 경기과고의 자소서가 올해 변화를 추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변화된 자소서 내용만 분석해보면 지원자들의 내실 있는 작성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 특히 축소되거나 사라진 항목의 경우 예년 지원자들의 관련 내용에서 변별력을 찾기가 힘들었음을 방증한다. 반대로, 확대되거나 내용이 추가된 항목의 경우 관련 변화를 통해 보다 큰 변별력을 기대한 의도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크게 축소된 서울과고의 1번 항목(지원동기/진로계획)과 관련하여 지난해 지원자들의 자소서 내용을 분석해보면 개인적인 특성을 찾아보기 힘들거나 2~3번 항목과 중복된 소재들이 적지 않았다. 올해 지원자들은 이 점에 유념해 군더더기 없는 작성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분량은 줄었지만 지원동기와 진로계획의 연관성이 강조된 만큼 짧은 글 내에서의 개연성 있는 전개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거창한 의지나 계획보다는 실제 자기 관심 분야나 목표, 그 실현에 관한 현실적인 고민의 시간을 요구하는 항목이다.
지난해보다 분량이 늘어난 경기과고의 ‘수·과학 창의성’ 항목과 ‘열정’ 항목에서 보다 주의가 요구되는 곳은 ‘열정’ 항목이다. 해당 항목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자신의 열정에 대하여 키워드를 제시하고 이와 관련된 구체적 사례’를 쓰는 것이다. 사실상 영역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소재 선택에서부터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예년 합격자들의 자소서를 봐도 해당 항목에서 언급된 내용들은 단순한 문제풀이 경험에서부터 탐구나 취미 관련 활동까지 매우 다양했다.
경험 자체보다는 해당 경험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자신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먼저 떠올리며 소재를 선택하고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이 기본이다. 한 가지 기억할 점은, 어떤 분야의 소재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과제 집착력’은 반드시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소서의 가장 기본적인 평가 기준은 해당 학교 교육과정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자질이 그 첫 번째이기 때문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태형의 영재학교 이야기] 2018 영재학교 자기소개서 작성법⑥-서울·경기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