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고교 성취평가제, 입시개혁의 신호탄 되나?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3.27 10:22
  • 교육부가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고교 성취평가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2년 전 2018 수능영어 절대평가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교 성취평가제는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과 함께 시행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교육부 방침이었다. 고교 성취평가제(이하 내신 절대평가)는 교과목별 성취 수준에 따라 A부터 E까지 5개 등급으로만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현재 고교 학생부에 기재되는 내신 성적은 성취평가제 점수와 석차 9등급제 점수가 병행 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내신 9등급제 점수가 대학 입시에 거의 활용되고 있어 과도한 내신 경쟁 및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많았다. 특정 방향으로는 결정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지만, 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내년 고1(현 중3)의 교육과정이 과정중심형의 수업이고 토론. 참여형 수업도 대폭 늘어날 계획이라 어떤 식으로든 평가방식도 함께 변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오는 7월 발표 예정인 2021 수능 개편안에서 수능 절대평가 확대 방안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내신 절대평가까지 시행된다면 수능과 내신 사교육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내신 절대평가는 내신무력화로 이어지고 특목고나 자사고가 입시에 더 유리해진다는 반작용이 있고, 대입에서 학생부 교과전형의 폐지 수순으로 이어져 지역 고교들의 입시 관문을 지금보다 좁힌다는 비판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하여 내신 절대평가제가 일부 대선주자들의 특목, 자사고 폐지 공약과도 상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비등하다. 결국 내신 절대평가제가 전면 시행되려면 특목. 자사. 일반고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거나, 실제적으로 특목, 자사고가 폐지되는 시기에나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관련하여 특목. 자사고  폐지 공약에 이어 단계적 실행방안으로 특목. 자사. 일반고 전형을 동시에 실시한다는 한 유력 대선주자의 공약이 떠올랐다. 내신 절대평가제는 이런 의미에서 어쩌면 수능 절대평가보다 더 영향력이 큰, 입시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내신 절대평가제는 교육부가 밝힌 ‘학생부 종합전형의 내실화’와도 관련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확대일로에 있는 학생부 종합전형은 최근 선발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있다. 다양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학생부 종합전형에도 내신 성적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것 아니냐는 또 다른 비판도 있다. 하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다양한 형태로 고교 이수과목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표준화된 성적 위주보다는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질이 더 중요해진다. 내신절대평가제가 시행되면서 학업역량의 평가 기준이 다양해지면, 학생부 종합전형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내신 절대평가제는 내신 성적 줄 세우기를 지양하고, 고교 교육과정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하고 과정의 다양성을 고무하는 순기능이 큰 반면, 관련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한 학생부종합전형이 역풍을 맞고 있는 것처럼 또 다른 혼란을 갖고 올 가능성도 크다. 성적 중심으로 줄 세우는 것이 그래도 공정한 것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도 여전할 것이다.

    그래서 내신 절대평가제가 성공하려면 2015 개정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우수한 교사진의 확보와 교원 재교육, 고교교육과정의 다양화, 대학서열화의 혁신적 완화, 수능 절대평가제의 동시 시행과 함께 상위권 대학의 전면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상위권 대학들은 내신 절대평가제에 걸맞게 새로운 입시전형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고교도 고교성적이나 석차 이외에 다양한 평가요소를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교 과목을 수준별로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함과 동시에 고교대학 연계과정을 대학과 함께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대학이 대학 예비코스의 성적을 참조하게 하거나, 한국고교만의 고교학력인증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 내신 절대평가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이처럼 갈 길이 멀다. 다가올 7월의 입시개혁이 사회적 맥락과 동떨어지지 않고, 관련 제도 면에서도 준비된 입시개혁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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