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촬영’에 ‘성폭행 예고’까지… 여고생 “학교 다니기 무서워요”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3.21 14:36
  • 최근 여고생을 상대로 한 성범죄 행위를 의심케 하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잇달아 올라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SNS에 “여고 화장실에 몰카 설치했다”… 알고 보니 ‘10대 치킨 배달원’ 장난

    지난 19일 울산의 한 여자고등학교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는 글이 SNS에 올라와 경찰이 출동해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0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A(16)군의 SNS에 울산 모 여고의 건물 내외부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00여고 점령하기'라는 문구도 달렸다. 댓글에선 성범죄를 연상시키는 농담도 오갔다. A군의 친구가 댓글로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 몰래 설치한다더니 잘했느냐’고 묻자, A군은 ‘꼭꼭 숨겨놨다’고 답했다.

    결국 이날 경찰이 해당 학교로 출동해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수소문 끝에 치킨가게 배달원인 A군이 지난 18일 저녁 이 학교에 배달하러 왔다가 사진을 찍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울산전파관리소 직원들과 교내 모든 화장실에서 CCTV 설치 여부도 확인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친구들과 장난으로 주고받은 말로 보인다”며 “조사 후 위법 사실이 있으면 입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건은 현재 일단락됐지만,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해당 게시글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학생과 학부모, 누리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지나치다', ‘사진을 찍어 올린 사람도, 몰카를 설치했느냐며 장난친 사람도, 장난을 받아준 사람 모두 제정신은 아닌 듯’, ‘어물쩍 넘어갈 게 아니라 더욱 철저한 조사와 대비책이 필요해 보인다’, '학교 측도 인력 낭비, 시간 낭비, 금전 낭비 등 손해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등의 우려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선화예고 학생, 납치·성폭행하겠다” SNS 글에 학교 시설 폐쇄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선화예술고등학교 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학교 측이 시설을 폐쇄하는 등 소란이 일어났다.

    지난달 2일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게시판에는 자신을 39세 일용직 노동자라고 밝힌 누리꾼 B씨의 글이 올라왔다. B씨는 “신용불량자에 고시원 살면서 일용직 노가다(막노동)로 하루하루 먹고살았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꿈을 실천하고 간다. 선화예고 정문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 한 명을 강제로 트렁크에 태워 창고로 끌고 가겠다. 인정사정 안 봐주고 하겠다'며 성범죄를 암시한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학생과 학부모, 누리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학교 측은 재학생들에게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학교 시설을 3일간 폐쇄했다.

    협박 글을 올린 B씨는 결국 다음날 오후 경찰에게 붙잡혔다. 조사 결과 B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범행 당일 자택에서 술을 마신 후 협박성 글을 게시했다"고 진술했다.

    잇따른 사건으로 인해 여고생과 여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고등학생 딸을 둔 한 누리꾼은 “이런 ‘묻지 마 범죄’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무섭고 겁난다”며 “다행히 의문의 남성이 잡혀 다행이지만, 불안에 떨었을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는 누가 보상해주나”고 말했다.

    실제 범죄를 의심케 하는 글을 올린 사람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상한 관종(관심종자∙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 하나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학교, 경찰 등 몇 명의 인력이 낭비되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실제 벌어진 사건은 물론, ‘장난’이란 말을 방패 삼아 저런 글을 올리는 사람도 강력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