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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6학년과 초등학교 2학년인 두 아들을 둔 워킹맘입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학부모 총회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어요. 녹색어머니회나 어머니폴리스 활동도 꼭 신청했고요. 하지만 올해는 회사 일이 바빠져서 학부모 총회에 못 갈 것 같아요. 혹시 가게 되더라도 자리만 지킬 뿐, 어떤 역할을 하겠다며 손을 선뜻 들긴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에요. 다른 직장맘들은 어떠신가요?” (송고운·가명·39·경기 성남)
매년 이맘때면 엄마 대상 육아 커뮤니티에는 워킹맘들의 상담 글이 넘쳐난다. 바로 ‘학부모 총회’ 때문이다. 특히 처음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초등 학부모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대개 3월 셋째 주부터 4월 초 사이에 열리는 학부모 총회는 학교에서 학부모들을 위해 여는 첫 공식 행사다. 총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올 한 해의 학사 일정과 방과 후 교실, 동아리 활동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자녀의 새 담임교사와 만나 첫 인사도 나눈다. 하지만 워킹맘들은 이런 학부모 총회에 대해 “참석해도 부담, 안 해도 부담”이라고 입을 모은다. 워킹맘들이 학부모 총회에 대해 압박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 활동 자원하기 부담스러워요”
워킹맘들은 어렵게 시간을 내 학부모 총회에 참석해도 학교 봉사나 학부모 임원활동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워킹맘 강주희(35·서울 영등포)씨는 다음 주 열리는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미 졸업식과 입학식 등 행사 때마다 연차를 사용했던 터라 눈치가 보였지만, 처음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를 위해 회사에 양해를 구했다. 강씨는 “학부모 면담 시간에 자원봉사 신청이나 임원을 선출한다고 하던데, 처음 뵙는 담임 선생님 앞에서 아무것도 안 한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노릇”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워킹맘 장하늘(37·서울 마포)씨는 올해 학부모 총회에 참석해야 할지 고민이다. 작년 학부모 총회에서 심적 부담만 안고 돌아온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가 본 학부모 총회에서 ‘녹색어머니회는 당번제라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통보 아닌 통보를 들었어요. 또 담임 선생님께서 참석한 엄마들 가운데 반 대표 1명을 선출해야 한다는 말에 모두 20분간 묵념하듯 앉아 있었죠. 선생님과 눈 마주치지 않으려고 모두 애쓰는데 정말 씁쓸하더라고요. 결국 한 엄마가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들어 끝나긴 했는데 정말 불편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워킹맘 박지은(39·서울 강남)씨 역시 최근 학부모 총회 전 아이들이 받아온 학부모 자원봉사 신청서를 보곤 마음이 착잡했다고 털어놨다. 며칠 간 고민하던 박씨는 결국 오전 8시20분부터 50분까지 아이들의 등굣길 교통안전을 챙기는 ‘녹색어머니회’에 체크했다. 다른 활동이 비해 소요 시간이 짧고 회사와 학교 간의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저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은 활동 참여도가 높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참여율이 낮아져 가입하라는 가통이 계속 날라온다”며 “엄마가 직장에 다녀도 아이에 대한 관심은 전업맘 못지 않게 높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올해는 학부모 활동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3∼4월 학부모 민원 집중… 돈 쓰며 봉사활동 하는 워킹맘도 있어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자원봉사 명목으로 각종 행사 참여를 요구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학부모 학교 참여활동'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2014년 1월∼2016년 2월)에 따르면, 신학기가 시작되는 3∼4월에 이와 관련된 민원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014년 40건, 2015년 60건, 2016년 75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학교 별로 보면, 초등학교 관련 민원이 83.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학교 7.2%, 고등학교 6.0% 등의 순이었다. 참여활동 별로는 녹색어머니회의 교통안전 지도봉사 관련 민원 37.7%(66건), 학부모회 41건(23.4%), 각종 참여활동 17건(9.7%) 등이었다. 민원 내용으로는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할당한다는 내용에 대한 이의제기가 69건(39.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심적 부담 등이 57건(32.6%), 불법 찬조금 모금 21건(12.0%) 순이었다.
특히 워킹맘들이 전업맘들보다 봉사활동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학교에서 마음대로 순번을 짜고 일방적으로 봉사활동 일시를 통보하는 사례가 잦아 직장을 다니는 학부모들이 돈을 주고 인력을 사서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는 민원도 들어왔다.
◇선배 맘들 “부담보단 정보 교류의 장으로 생각하라”
선배 맘들은 학교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보단,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얻는다는 목적으로 참석하라고 말한다.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워킹맘 김아라(51·경기 용인)씨는 자원봉사나 학부모 임원 선출이 부담스러워 총회 참석 자체를 꺼리진 말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학부모 총회는 같은 반 아이들의 부모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요즘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학교에서 같은 반 엄마들의 연락처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어요. 이런 이유로 인해 총회에 참석한 엄마들끼리 네이버 밴드 등으로 반 모임을 결성하는 경우가 잦아요.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아이들의 의사표현이 아직 서툴러 자녀의 말만 듣고 학교생활을 짐작하기 어렵죠. 아이가 저학년일수록 학부모 총회는 부담을 느끼진 않는 선에서 참석하길 추천해요.”
총회에 가기 전 틈틈이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궁금한 점을 정리해 두라고도 조언한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과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워킹맘 한예진(47·경기 용인)씨는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워킹맘들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 보니 아이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아요. 학부모 총회에 참석해도 평소 궁금했던 점을 완벽히 해결해주진 않죠. 사전에 학교생활과 관련된 궁금증을 미리 메모해 두는 것이 좋아요. 학부모 상담 시간에 담임 선생님께 물어볼 수 있고 주변 엄마들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볼 수 있어요.”
“학교 활동도 자원해야 될까요?” 학부모 총회 앞두고 고민하는 워킹맘들
- 아이 위해 참석한 학부모 총회, 어머니회 활동 부담느끼는 직장맘도 있어
- 선배 맘들 “부담보단 교류의 장으로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