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을 배우라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3.08 11:36
  • “그래서, 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마치 점쟁이에게 와서 미래에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점 찍어달라는 듯한 얘기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물음은 아이들이 꽤 자주 묻는 빈출질문 중 하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말로, 선택을 타인에게 맡긴다.

    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래의 직업이라는 컨셉으로 결정 장애를 가진 사람들 대신, 결정을 내려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소개한 적이 있다.내용은 과장과 유머로 꾸며져 있어서, 그냥 웃고 넘길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닐지라도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성향을 지닌 아이들을 이미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졸업생들이 찾아왔다. 식사를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했는데, 메뉴판을 보는 아이들이 심각한 얼굴을 한 채 도통 말이 없었다. 기다리다 지쳐 아이들에게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은지 물었다. 좀 더 시간을 달라며 고민하던 아이들은 결국 아무런 선택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한다.

    “선생님, 저희 결정장애라서 못 정하겠어요.”

    어쩔 수 없이,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메뉴판을 돌려받은 필자는 마음대로 이것저것 주문을 했다. 그러자 참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식사는 즐거운 분위기였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많은 것을 자신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어려서는 그럴 수 있었겠지만, 점점 더 살아가면서 더 많은 선택을 해야만 할 텐데, 어떻게 그 상황들을 견뎌낼지 걱정이 되었다.

    상담을 하면서 가장 문제 되던 부분 중 하나가 이런 것들이었다. 아이 스스로 자신에 대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자꾸 선택을 남에게 미루는 것이 문제다. 즉, “그럼, 저 뭐 할까요?”라는 아이들의 물음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건 정말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임에도 확실하게 결정을 하지 못한다. 진로를 위해 고민해볼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아서 일수도 있겠지만, 최근 사회 분위기에 따라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 성향이 커지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선택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어떤 선택의 결과가 더 좋을지 알 순 없겠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선택 하면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 후회에 예민한 자들은 자꾸 선택을 미룬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 이렇게 선택을 미루는 것 자체가 차후 후회의 크기를 더 키울 수도 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책임지는 과정이 곧 삶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선택으로부터 멀어진다고 해답이 가까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상황에 맞는 답을 내리고, 그 길을 성공적으로 걷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그래서 고민만하지 말고, 어쨌든 선택하라고 말한다. 선택도, 후회도, 그리고 후회를 넘을 책임도 본인이 지는 것임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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