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하고 가성비 높여… 불황에 대처하는 교육기업들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parky@chosun.com, edu.chosun.com
기사입력 2017.02.27 15:57
  • 학령 인구 감소, 경제 불황, 학원 교습 시간 제한…. 최근 국내 교육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들이다. 이에 정체기를 벗어나려는 교육기업들이 저마다 돌파구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프리미엄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실속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식이다. 단순 무료 이벤트 제공 등의 혜택으로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음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교육기업의 다양한 움직임을 살펴봤다.

    ◇해외 진출 키워드는 영어·중국·동남아시아

    지난 1월 31일 미 주식시장 나스닥에 상장된 매치그룹은 자사가 소유한 미 최대 입시교육기업 ‘프린스턴 리뷰(The Princeton Review)’의 지분 100%를 매매한다고 공시했다. 인수자는 스카이에듀(대입), 영단기(영어교육) 등 브랜드를 보유한 한국의 교육기업 에스티유니타스. 계약 규모는 1000억원대로 알려졌다. 국내 교육업체의 해외 진출 사례 중 유례 없는 인수 규모다. 윤성혁 에스티유니타스 대표는 “프린스턴 리뷰는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 중동 등 세계 20개국에 진출해 있어 이번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교육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인수 합병 외에도 상품과 서비스를 현지화해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영어교육이다. 지난 13일 비상교육은 중국의 유명 교육기업인 신동방교육과학기술그룹(이하 신동방교육그룹)과 협약을 맺고 유아영어교육 프로그램 ‘윙스(Wings)’를 중국에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신동방교육그룹이 운영하는 중국 전역의 유초등 영어교육기관 400여 곳의 15만여명 학생은 오는 4월부터 윙스를 통해 영어 공부를 한다. 최성기 비상교육 미래전략실장은 “신동방교육그룹으로부터 플랫폼 사용에 대한 계약금과 별도의 인당 로열티를 5년간 받기로 했다”며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등 새로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어학원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겨냥하고 있다. 청담어학원을 보유한 청담러닝은 지난 2015년 5월에 베트남에 첫 진출하고 1년 만에 지점을 20여 곳으로 늘렸다. 지난해 매출은 약 60억원으로 2015년보다 3배 정도 상승했다. 청담러닝 관계자는 “최근 에이프릴 어학원 서비스를 중국에 공급하기로 중국 유명 교육기업 ‘온리에듀케이션’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상어학원을 운영하는 정상JLS는 중국의 대형 부동산업체 진띠그룹과 합작해 지난해 9월 중국 선전(深圳)에 ‘미미 JLS’ 1호점을 열었다. 약 500명을 동시에 수용할 만큼 큰 규모이며, 대상은 12세 미만 영유아 및 청소년이다. 이에 힘입어 2016년 상반기 동안 6500원 아래에 머물던 정상JLS의 주가는 24일 현재 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YBM넷은 일본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초중등 영어전문학원 YBM잉글루를 일본 교육환경에 적용한 브랜드 ‘렙톤(Lepton)’을 확대하는 식이다. 지난 20일 렙톤의 교실 수는 1000개를 돌파했다. YBM넷은 지난 2015년 일본에서 최초로 ‘오사카 영어마을’을 설립하기도 했다. 영어마을 관람객은 매달 평균 1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YBM넷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2020 영어교육 개혁계획을 발표하는 등 일본 사회 전반에 영어교육 붐이 일고 있다. YBM넷은 이를 간파하고 일찌감치 일본에 관심을 가졌다. 렙톤 교실이 1000개를 돌파한 것은 국내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선진국 시장에서 통할 만큼 수준 높다는 점을 인정받은 셈이다. 향후 중국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해외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영어교육에서 해외 진출 사례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수요층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영어는 세계 공용어로써 어느 나라에서든 교육열이 높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현지화하기 수월하다는 점도 한 이유다. 또한 다른 나라와 견주와 봤을때, 우리나라 교육업체들이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비상교육 관계자는 “공통 언어인 영어에 대한 수요가 해외에서도 가장 많다”며 “최근 중국과 동남아에서 국내 영어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많아 해외 진출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가성비 높인 상품, 서비스 출시에 열중

    경기 불황 탓에 교육기업들은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 높은 상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소비자가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아서다.

    지난 1월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은 월 6만원대 학습지 브랜드 ‘윤선생웰스터디’를 론칭했다. 월 4회였던 방문 관리를 월 1회로 줄인 대신에 학습비를 절반 가까이 낮췄다. 콘텐츠와 학습법과 학습기, 콘텐츠 등은 기존 영어교실과 같다. 문지영 윤선생 홍보팀 과장은 “기존에 영어 전문 학습지를 자녀에게 제공하고 싶었지만 비용 부담 탓에 고민하던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비용을 확 줄인 상품을 개발했다”며 “출시 이후 이 같은 생각을 가졌던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

    학원보다 비교적 비용 부담이 적은 학습지는 특히 성인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교원그룹의 구몬학습 성인 회원은 지난 2014년 초 약 2만명에서 꾸준히 늘어 최근 4만여명에 달한다. 학습지로 일본어를 공부하는 회사원 노민호(가명·33·경기 안양시)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과외처럼 수업을 하는데 학원보다 비용도 저렴하고 시간 선택이 자유로워서 유용하다”고 했다.

    좋은책신사고는 지난해 말부터 초등 스마트 학습지 ‘스마트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홈쇼핑 마케팅을 더욱 강화했다. 좋은책신사고 마케팅 관계자는 “홈쇼핑에서 온라인 최저가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방송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학부모로부터 더욱 큰 호응을 받는다”고 했다.

    대입 인터넷강의(인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기업의 매출은 ‘프리패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프리패스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1년 정도 정해진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제도다. 에스티유니타스의 대입 인강 브랜드 스카이에듀는 지난 2015년 인강 업체 중 최초로 프리패스를 도입했다. 이후 이투스, 대성마이맥, 메가스터디 등 유명 인강 업체가 차례로 프리패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투스는 중등 인강 사이트인 이투스me(이투스미)의 프리패스와 학습기 등을 결합한 ‘365 무한 PASS’를 오는 3월 6일부터 홈쇼핑에서 판매한다.

    교육기업의 고육지책에 학생, 학부모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올해 고려대에 입학하는 김슬기(가명·서울 노원구)양은 “학창시절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서 인강 업체의 프리패스를 적극 활용했다”고 했다. 예비 초등생 자녀를 둔 김성희(가명·40·서울 양천구)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영어 학습지를 시킬 생각인데 마침 가격을 낮춘 상품이 나와 구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교육 전문가는 “최근 불황이 길어지면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성비 떨어지는 교육 상품은 인기가 없다”며 “교육기업들이 박리다매를 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