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영어, 어차피 절대평가잖아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2.22 16:18
  • 대한민국의 ‘수능’은 우여곡절을 참 많이도 겪는다. 기존 대입의 단점을 보완한다며 야심차게 도입해 잘 자리 잡나 했더니, 매해 욕이란 욕은 다 먹으니 말이다. 쉬우면 쉬워서, 어려우면 어려워서 좋은 시험이 아닌 게 되어 버린다. 덕분에 지금껏 제 자리에 그대로 있지 않고 열심히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그런데 그런 빈번한 변화 역시 부담스럽다. 이렇게 자주 바뀐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능은 어렵다.

    이번 2018학년도 ‘수능’ 역시 변화가 많은 해 중 하나일 것 같다. 수시의 변화나 학교별 전형의 변화 같은 작은 부분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영어영역의 절대평가’ 도입이다. 상대 평가를 하던 시기에 영어는 등급별 점수가 대체로 높게 형성되는 과목 중 하나였다. 영어를 잘 하는 애들도 많거니와 EBS 교재와의 수능연계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보이던 현상이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점수대에 비해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려운 과목이라는 뜻도 된다.

    뿐만 아니라 사교육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인식 덕택에 수능 영역 중에서도 영어 영역은 유독 많은 수난이 있었다. NEAT를 도입하려는 시도도 있었고, 수준별로 A형와 B형으로 나누어서 시험을 실시했다가 다시 공통 시험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또 절대평가다. 학생들과 학부모들 모두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A형과 B형으로 나누어서 시험을 실시했을 때는 B형 영어 공부가 어려워 학생들이 유독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그 반대라 할 수 있다. 절대평가로 바뀌며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고, 더 쉽게 생각하는 과목이 되었다.게다가 대학별 전형을 보아도 반영비율을 낮춘 학교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서울대 같은 경우도 등급 간 차이를 0.5점으로 고정시켜 그 영향력을 많이 줄여두었다. 비단 서울대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등급 사이의 차이를 크게 두지 않아 영어 등급 간의 거리감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곳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아이들이 유독 영어 공부를 쉽게 여기고 대충 하기도 한다. “영어, 어차피 절대평가잖아요!”라는 말을 하는 아이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필자의 시선에서 이는 옳은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생각이라고 보인다. 대학의 합격이 큰 점수 차이로 인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합격자를 가르는 그 기준은 어쨌든 그 학과의 정원 안에 들었는가 들지 않았는가에 달렸고 이 합격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주 미세한 점수 차이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를 운 좋게 문제 하나를 더 맞아서 뒤집어엎겠다는 생각은 자칫 위험해 보인다. 운에 따라 당락의 여부를 맡긴다는 뜻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학교별로 등급 간 차이가 적은 학교도 있지만 생각보다 등급 간 격차가 큰 학교들도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마음을 놓고 있다가 오히려 큰 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자. 영어 절대평가라 90점만 넘으면 1등급, 80점만 넘으면 2등급이 된다. 기존에 영어를 잘 못하고 싫어했을지라도 충분히 역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영어가 수능 최저 기준에 적용될 경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입시에서 제일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 전략이 ‘요행’이다. 물론 아주 가끔 그 요행이 통해 기적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 이런 사례가 주위에서 전설처럼 구전되어 오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데 적어도 공부를 하는 자,좋은 대학의 입시를 꿈꾸는 자라면 ‘대충’, ‘어떻게 되겠지’와 같이 안일한 사고보다 누구나 인정할만한 성실한 자세를 통해서 진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평가인 영어를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은 경계하길 바란다. 그럴수록 더 일정하게 영어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않고 끝까지 유지해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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