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안 해본 것을 해보는 용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2.08 09:49
  • “아직 시간이 있는데, 미술을 해보는 건 어떻겠니?”

    “안 해봐서 못하겠어요.”

    미술을 해보길 권했던 아이에게서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리고 이는 필자가 어리석다고 주장하는 말 중 하나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아직 해보지 않은 것들이 지금까지 해본 것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네가 해본 것은 무엇이 있니?”

    당장 대답하지 못하던 아이는 우선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의 심사숙고 끝에 결국 의견에 수긍했다. 그 동안 자신을 돌아보니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 않았었고, 무언가 해보려 하거나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않던 상태였다고 한다. 이를 반성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금의 이 학생은 용기를 내어 이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에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아주 잘, 즐겁게 하고 있다 평할 수 있겠다.

    처음 아이에게 미술을 권했던 것은 단순히 수능 성적이나 입시 전형 등만을 고려한 선택은 아니었다. 평소 예쁘고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던 아이의 취향을 눈 여겨 보았다. 남들은 쉽게 생각지 못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놀라움을 느낀 몇 번의 경험과 문제집 사이사이 틈틈이 그림을 그리던 습관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당시엔 그림을 썩 잘 그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아직 어릴 때 미술을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현재 이 아이는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매일 좋은 작품들을 스크랩해서 보고. 창의적인 작품을 위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있다. 철학책과 미학책, 그리고 미술의 역사를 공부한다. 이전까지 책이라면 거들떠보지 않던 아이가 지금은 몇 권이 넘는 예술사를 탐독한다. 이루고 싶은 것이 생기니 열정적으로 바뀌었다. 대체 그럼 왜 처음엔 아이의 반응이 부정적이기만 했던 것일까? 아니, 왜 해보려 하지도 않았을까?

    아이의 말에 따르면 우선 다른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라는 것이 없던 것 같다. 일반적인 공부를 우선으로 생각하다보니, 교과 공부가 당연한 것이고 그 이외의 것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딱히 교과 공부 이외의 것을 하지 말라는 말을 그 누군가로부터 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다른 곳에 신경 쓸 틈도 없이 주어진 공부를 하기에 급급했던 상황 때문인 것 같았다.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서 진로를 찾는다는 것이 그래서 어렵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걸어온 길 이외의 새로운 길은 의식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 길 이외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인지해도 직접 체감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알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안 해본 것을 해보는 용기’를 가져보라고 권한다. 하던 것만 하다 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한다. 어떤 것이 자기한테 맞는지 맞지 않는지 알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무엇이든 해보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에 대한 확신이 설 수 있다. 항상 백지인 상태로 두는 것보다 뭐라도 해본 후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단, ‘한번 해보았다’는 얄팍함으로는 무엇이든 제대로 알기 어려우니 적어도 3개월 이상은, 아니 뭐라도 감이 오기까지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도전해보길 바란다. 마음이 가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말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