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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고3 학생을 만났다. 학생부를 불쑥 내민다. 학생부에는 학생의 학교생활이 잘 나타나 있었다. 수상도 꽤 많이 했고, 동아리 활동도 자신의 꿈에 맞게 잘 해오고 있었다. 아이의 공부상태도 그럭저럭 좋은 편이었다. 다만, 전체 등급을 고려한 성적의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3등급 중간 정도를 기록 중이었는데, 이 내신 등급으로는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학교를 가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학생의 목표는 K대학교 경영학과라고 했다. 아주 우수한 성적이어야만 합격을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상태로는 뾰족한 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학생부 기록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뛰어나게 좋은 비교과 활동들로 구성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로 했다.
“K대학교 말고 다른 학교는 생각해본 적 없지? 여기 올해부터는 학생부 아니면 수시로 갈 수가 없거든.”
“다른 대학교는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요…….”
다른 학교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듯, 말끝을 흐리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의지를 말하는 아이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고민을 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아니면 꿈을 심어줘야 할지를 두고 말이다. 만약 예비 고3이 아니었다면 희망을 좀 더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시간 안에 무엇인가 달라져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좀 더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했다.
모의고사 성적을 보니, 내신보다는 성적 등급이 좋아 보였다. 2등급대가 몇 개 있긴 했지만, 1등급들도 많았다. 3등급으로 내려간 것들은 탐구과목이라 다른 것들에 비해 성적향상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하도록 했다.
“그냥 학생부종합전형 포기하자. 정시로 해야 네 눈높이의 학교를 갈 수 있을 것 같구나.”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많은 말들이 있지만, 교과성적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점점 더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고 생각된다. 비교과만 좋다고 학생의 자질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비교과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아주 두드러지게 좋아 보이기도 참 어렵다. 그럴 때는 자신의 꿈이 분명하다는 전제 하에 어정쩡한 상태를 벗어나 확실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수시로 합격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면 정시를 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 답이다. 이상적으로는 수시와 정시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낫겠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 그 모든 것을 다 해내기 쉽지 않을뿐더러,좋지 않은 교과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수시 결과를 냈다고 하는 학생들은 아주 드문 사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신 공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고3은 내신 역시 수능 중심으로 진행 되니까 이제 비교과보다는 차라리 모의고사에 더 집중하는 편이 너한테는 좋을 것 같구나.”
어쩔 수 없지만, 아이를 위해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불필요한 짐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무언가 개운치 않기는 하지만, 아이와 부모님 모두가 공감했던 선택이다. 상황에 맞는 선택과 집중. 그래도 이게 좀 더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리라 생각한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학생부종합전형, 때로는 포기하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