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영재학교 이야기] 영재학교 자소서 작성에 앞서(2018 영재학교 입시 준비②)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1.03 10:06
  • 영재들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자기소개서 작성. 경험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정답이 없어 답답하다. 특히 과학영재학교 지원자들처럼 이과 성향이 뚜렷한 수험생들은 대체로 명확한 법칙이나 정확한 수치를 선호하는 만큼 모호한 자소서 작성 원칙이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3단계의 복잡한 전형 과정에서 자소서의 역할과 비중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영재학교 입시는 새 학년 시작과 동시에 숨 가쁘게 돌아가는 만큼 개학 이전에 어느 정도의 자소서 진행은 필수적이다. 선행과 심화 문제 연습으로도 바쁜 이 시기에 자소서 작성에는 과연 얼마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걸까? 이 또한 정답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자소서 작성에 대한 의미 부여와 수험생 개별 상황에 따른 자소서 비중을 짚어봄으로써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생애 첫 자소서 작성, 어떤 의미?
    많은 학생들에게 영재학교 자소서는 생애 첫 번째 자소서다. 적어도 진학용으로는 그렇다. 영재학교 자소서 작성 경험에 단순한 서류 준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첫 경험의 중요성은 이후에 겪게 될 유사 경험들에 대한 지침으로써의 의미가 크다. 이때의 경험이 이후의 대입이나 취업 자소서 작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주목한다. 영재학교 지원자 대부분이 몇 달 후 다시 써야 하는 다른 특목고나 자사고 자소서는 두말할 나위 없다. 실제로 어떤 학생의 고입 자소서와 3년 후 대입 자소서를 비교할 때 질적으로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개별 소재들의 ‘진도’만 더해졌을 뿐 표현 방식이나 그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자기 자신’은 ‘나이 먹음’ 이상의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 대입과 고입의 자소서 항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그 사이 ‘자기 소개’가 발전될 만큼의 경험이나 연습,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첫 경험의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때문에 생에 첫 번째 자소서 작성은 해당 서류의 평가 비중이나 당락 영향력을 떠나 제대로 된 자기 성찰의 첫 걸음으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몇 천 자의 스펙을 채우는 연습이 아니라 자신의 변화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과정 속에서 논술이나 면접 같은 다른 입시 요소들의 경쟁력도 함께 향상될 수밖에 없다.   

    자소서가 보다 중요한 경우
    자기소개서는 얼마나 잘 써야 하는 걸까? 앞서도 말했지만 합격을 위한 자소서의 역할과 비중을 제대로 가늠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영재학교 자소서는 복잡한 전형 절차와 다양한 전형 요소들, 학교마다 상이할 수 있는 평가 기준 등으로 작성 어려움이 가중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원 학교나 지원자 상황, 개인별 합격 전략에 따라 자소서의 중요성은 달라질 수 있다. 학원멘토의 영재학교 합격자 분석에 따르면 적어도 아래 제시할 세 가지 상황에서는 보다 높은 수준의 자소서 변별력과 완성도가 요구된다.

    첫째는 1단계 탈락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학교에 지원할 경우다. ‘학생기록물 평가’로 불리는 영재학교 1단계 평가에서의 탈락자 비율은 전반적으로 축소 추세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지원자의 30~50%이상이 탈락하기도 한다. 최근 2년간 탈락 비율이 높았던 학교로는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한과영)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이하 세종영재고)가 대표적이다. 학교마다 매년 변화가 따를 수 있는 만큼 3월에 발표되는 각 학교 전형요강 확인과 입학설명회 참석 등을 통해 입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는 지원자의 교과내신 또는 학생부 내용이 빈약한 경우다. 대부분 영재학교에서 1단계 통과를 위한 정량적 내신 기준은 따로 정해두지 않는다. 하지만 수학이나 과학에 B이하 성취도가 다수 포함된 경우나 국어·영어 등 주요 과목 성적이 평균 이하로 저조할 경우 1단계 탈락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기과고처럼 지원자 전원에게 지필고사 응시 기회를 준다 하여도 최종 캠프 과정 등에서 다시 참고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만회하고 보완할 장치로써의 자소서 작성 전략이 필요하다. 

    자소서에 좀 더 많은 정성이 필요한 세 번째 경우는 1단계 우선선발이 있거나 각 단계별 개별 면담이 시행되는 학교에 지원하는 경우다. 지난 2017학년도 입시에서 1단계 우선선발이 있었던 학교로는 대구과고와 세종영재고가 대표적이다. 대구과고는 전체 지원자의 약 10% 규모에 해당하는 200여 명을 대상으로 방문면접을 실시했는데, 수·과학 기본 개념 관련 질문은 물론 자소서, 학생부 내용을 토대로 한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한과영은 2단계 우선선발 후보군 일부에 대해 방문면접을 실시해왔으며, 인천영재고 또한 2단계 지필고사 후 일부 수험생을 대상으로 방문면접을 치른 바 있다. 이런 과정들에서는 서류 관련 내용이 보다 심도 있게 검증될 수 있는 만큼 자소서의 당락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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