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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미디어가 두렵다. 미디어는 아이의 시간을 잡아먹는다. 메신저나 게임이 대표적이다. 미디어는 아이에게 무서운 생각을 집어넣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생각들이 가득하다.
미디어 문제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해답은 정부 차원의 규제였다. 셧다운제로 미성년자의 게임 시간을 조절했다. 선정적인 포르노 사이트는 지웠다.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 기구도 제정했다.
물론 국가 차원의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인터넷에 모든 콘텐츠를 정부가 완벽하게 조정하기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규제를 강요할 방법이 적다. 그보다는 미디어를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한다. 미디어를 다루는 법을 모르니 성인이 되어서도 디지털 콘텐츠 중독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어른들이 많다. 게임이든, 유튜브 동영상이든, 메신저든 말이다. 콘텐츠만 다를 뿐, 학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한글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 교육이 필요하듯, 미디어를 독해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우려면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첫 번째, 미디어의 맥락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조지아의 그래디 대학교(Grady College)의 연구에 따르면 8% 미만의 사용자만이 광고성 콘텐츠와 뉴스 기사를 구분할 수 있었다. 방송가에서도 협찬이 활발해지면서 광고와 콘텐츠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피동적으로 콘텐츠를 보다가는 광고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콘텐츠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 미디어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필자의 지인은 요즘 학생들이 홈페이지 주소를 쓰는 방법조차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누구보다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지만 포털에 종속되었다. 인터넷에서 모든 정보가 있는 시대에서는 정보를 찾는 법을 아는 게 경쟁력이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고 있다.
세 번째, 미디어를 끊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미디어를 잘 활용하려면 역설적으로 미디어가 필요 없을 때는 끊을 줄 알아야 한다. 오피니언 리더 중에는 유독 미디어를 즐겨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빌 게이츠는 매년 모든 전자기기를 끊는 1주일간의 휴가를 보낸다. 잡스 또한 전자기기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규율을 만들고 지켰다. 미디어 시대에도 집중이 중요하다. 집중을 위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24시간 연결을 갈구하며 메신저, 동영상, 글을 보면서는 불가능하다.
미디어의 발전으로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그 사용법을 모르면 제대로 쓸 수 없다. 맥락을 모르면 제대로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작년 한 해 오디션 프로 덕으로 힙합 음악이 학생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힙합 음악은 미국사회에서 흑인이 처한 현실과 맥락을 이해해야만 독해할 수 있는 문화다. 배경지식 없는 힙합은 그저 건방지고 버릇없고 공격적인 문화에 지나지 않는다. 배경지식이 부족한 한국에서 힙합은 잘못 소비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게임에는 게임의 맥락이 있고, 메신저에는 메신저의 맥락이 있으며. SNS에는 SNS의 맥락이 있다. 맥락을 이해하고, 자신의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이에 맞는 사용법을 택해서 전략적으로 움직여야만 도구로써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다. 전략이 없다면 기술의 노예가 돼버린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에게까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한 이유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스마트폰만 잡고 있는 아이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