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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영어 학습법 연구한 김대은 대표]
십여년간 홀로 영어 학습법을 해부한 사내가 마침내 ‘유레카’를 외쳤다. 내친김에 이를 전파하겠다며 초·중등 영어 교육 콘텐츠(www.konglish.co.kr)도 제작해 최근 공개했다. 그는 “영어, 이제 더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용감한 발언을 한 이는 김대은(49) 스콜라 대표다.
김 대표는 사실 영어와 별다른 인연은 없었다. 대학에서 영어 혹은 영문학 전공을 한 것도, 외국 유학을 오래 한 것도 아니다. 김 대표는 “초·중·고·대학교에서 남들 배우는 것만큼 배운 정도”라고 했다. 그랬던 그가 느닷없이 서른여섯살 때 영어 관련 책을 다시 폈다. 이유가 뭘까.
“당시 일곱살이던 딸이 유명 학습지를 시작하면서 영어를 처음 접했어요. 그런데 며칠 만에 딸이 어려워서 더는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찬찬히 학습지를 보니, 아이가 하기엔 정말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학습지 선생님의 수업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때부터 딸이 일찍부터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딸을 위한 영어 학습법을 고민하면서, 이런저런 관련 지식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길이 보이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딸에게 도움을 주려 했던 것인데, 어느새 일이 커져 버렸죠.”
김 대표는 본격적인 영어 학습법 연구에 앞서, 영어의 근원부터 들여다봤다. 언어학, 영어 역사 등 교재를 통해 뿌리를 탐구했다. 그는 “제대로 연구하려면 배경지식부터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영어권 국가의 문화도 연구했다. 언어 사용·활용 사례는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다. 김 대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영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했더니, 실제로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하면 될지 감이 잡혔다”고 했다.
한국어 역사도 익혔다. 그는 “영어 문장 구조 구성 방식을 아는 상황에서, 한국어 문장 구조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이해해 이를 비교하면 다수 우리나라 학생이 영어를 버겁게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원인을 알면 당연히 해결책도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밑그림을 완성한 뒤엔 좀 더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사람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시각이 80%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에 착안해, 기호학을 익혀 콘텐츠에 적용했다. 그는 그림이나 구조화된 도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효율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학 분야도 같은 이유로 공부했다. 김 대표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이를 응용하려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고 덧붙였다.
그가 연구한 결과의 핵심은 이렇다. 김 대표에 따르면, 영어는 명사 중심의 언어다. 명사와 또 다른 명사가 문장 내 핵심 의미를 갖는다는 얘기다. 동사는 두 단어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I eat an apple’이라는 표현을 보면, ‘I’와 ‘an apple’이 문장 내 핵심이고 동사 ‘eat’는 ‘I’와 ‘an apple’의 관계를 설명하는 정도로만 활용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영어 문장을 만들고 해석할 때에는 단어와 또 다른 단어를 먼저 생각하고, 그 이후 관계를 적절하게 설명하는 동사를 적용하면 쉽게 완성할 수 있다. 이게 영어 문장 구조의 기본 구성 원리다. 이를 알고 꾸준한 학습을 통해 익숙해지면, 또 다른 문장 구조 구성 요소인 전치사구와 관련 문법 등을 활용해 확장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인들이 영어 학습에 애를 먹었던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영어 문장 구조의 기본 구성 원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 학생들이 영어 문장 구조의 기본 원리를 모른 채, 어려운 단어 암기 위주의 학습만 진행하고 있어 영어 실력 향상이 더딘 것”이라고 했다.
“이는 야구로 치면, 투수가 가장 기본적인 속구(직구)를 제대로 던질 줄 모르고 변화구만 익힌 채 마운드에 오른 꼴입니다. 변화구만 던지면 타자와의 맞대결 결과는 어떻겠습니까? 야구 이론에 따르면, 투수는 속구를 기반으로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야 해요.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 문장 구성의 기본 원리를 안 다음, 단어를 익혀야 훨씬 효율적인 학습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어 문장 구성 방식을 영어 문장을 만들 때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영어는 명사 중심, 한국어 동사 중심 언어다. 문장에서 중시하는 품사 자체가 다르다. 때문에 문장을 구성하는 진행 단계도 달라진다. 영어는 명사부터, 한국어는 동사 먼저 적용한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은 한국식 문장 구성을 영어에도 그대로 반영하려 했다.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혔던 셈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장을 하나로 보지 않고 굳이 단어를 쪼개 일일이 해석하고 이해하는 비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단어와 문장을 별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문장을 읽는 것보다 단어 외우기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장은 단어가 모여 이뤄진 것이다. 바꿔 말하면 단어와 단어 사이의 관계를 알아야 문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학생들은 단어만 외우기보다는 그 문장 내 단어 간 연관성을 이해하는 훈련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결과적으로 영어 문장의 기본 구성 원리를 알고, 문장 구성 시 명사와 명사 간 관계를 동사로 설명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며, 단어를 쪼개지 않고 문장 내 단어 간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훈련을 하면 영어가 좀 더 쉬워질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앞으로 영어 연구를 통해 익힌 방식을 다른 언어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영어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를 하면서, 다른 언어도 충분히 이 같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며 “차츰 중국어·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학습 콘텐츠 서비스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무작정 단어 암기는 그만… 문장 기본 구성 원리 알아야 ‘영어 완전 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