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공부 잘하는 것은 ‘역칠기삼(역량이 70이면 기질이 30)’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1.25 10:00
  • ‘역칠기삼’이라고 해야 할까? 공부나 인생살이나 역량이 7할이면 기질이 3할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아이큐 보유자가 세상살이에서 하이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하는 것을 본다. 그의 타고난 괴물 같은 역량은 어디로 간 것일까? 공부에서 두각을 나타낸 영웅담을 읽어보면 대다수가 본인이 가진 역량의 미천함을 받아들이는 수준을 넘어 부끄러워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 배경엔 감출 수 없는 독한 기질이 베어 있다. 역량이 별로라도 기질이 쎄면 성공한다는 말인가?

    역량은 다분히 생물학전 유전자가 많이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 않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그럼 그 사람의 인생7할은 거의 고정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반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역량이 너무 좋아서 기질을 죽이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영재의 저주’ 다. 놀라운 아이큐 보유자들의 삶이 대표적이다. 삶에 대한 가치를 논하자면 철학적인 문제로 귀결되므로 논외로 하고 속세의 보편적 가치관이나 세계관에서 바라봤을 때 그들 중 많은 수의 삶은 적어도 선망의 대상에서는 벗어나 있음을 본다. 어릴적 머리가 좋아서 뭐든 빨리 배우는 친구들이 반드시 어른의 세상에서도 뛰어난 성취를 하지는 않는 것을 본다. 무슨 악기든 순식간에 배워버리는 친구가 이름 없는 뮤지션으로 변변한 앨범하나 내지 못하고 사그라드는 것을 본다. 역량이 뛰어나다보니 간절함이 떨어진다고 할까? 아니면 결핍의 부재가 오기 또는 집념을 방해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아도 손쉽게 이루거나 해내거나 얻는 것 꼭 좋지만은 않다.

    결국 역량이나 탁월성 면에서 보통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런 명제는 특별히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다만 역량을 가진 자가 기질까지 갖추면 국가대표 수준이 된다. 아이큐가 150대를 훌쩍 넘었던 친구들이 리니지를 만들고 애플본사에서 일하고 아이비리그 교수부터 일간지를 채우는 소식을 뿜어내는 광경을 보면 확신할 수 있다.

    반면에 기질은 생물학적 유전자와 사회적 유전자가 합성된 듯하다. 그럼 그 기질이란거 언제부터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삶과 업무에 대한 태도가 고교시절 공부습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본다. 이런 삶에 대한 태도는 언제부터 형성되서 언제 고착된 것인가? 기억을 더듬어 유년기나 청소년기를 떠올려 보면 누구나 어른들한테 늘상 듣는 고정적이고 변화 없는 공통된 잔소리가 있었을 거다. ‘너는 열심히 안 하는거 같다’,‘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한다’,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한데 성적이 영 별로다’ 따지고 보니 대한민국에서야 거진 공부와 관련된 핀잔이었다. 그런데 그 공부에 대한 핀잔이 성인이 돼서 인생을 살아가는데에도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참으로 중요한 문제인데 말이다.

    학자들의 의견을 검토해보면 이런 기질적인 부분은 태어날 때 40%(여기까지는 생물학적 유전자), 유년기에 30%, 사춘기에30% (여기까지가 사회적 유전자) 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태어날 때 주어지는 기질이야 뭐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패쓰하자. 유년기 역시 대다수는 본인이든 자녀든 거의 지났을 확률이 높다. (만약 유년기의 자녀를 두고 있다면 ‘기질형성’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양육방식이나 문제해결 경험 등에서 요주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럼 남은 건 사춘기 청소년시기뿐이다. 어찌 보면 기질을 형성하는 마지막 마무리가 청소년기 특별히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라는 경쟁의 형태로 발휘하거나 채워가거나 연마해가는 방식으로 부여되는 셈이다. 청소년기 공부가 심리적인 부분이 7~8할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기질적인 부분이 많이 작동한다는 의미이다.

    소위 공부 영웅담의 주인공들은 그래서 바로 이 기질에 몰두 한다. 왜냐면 쎈 기질은 역량의 부족함도 보충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역량이 쎄면 기질을 죽일 수 있지만 기질이 쎄면 부족한 역량도 채워줄 수 있다. 물론 역량 자체를 높여주는 것까지야 한계가 있겠지만, 역량이 가져다주는 결과라는 측면에서는 일정수준 이상으로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른바 ‘성심성의껏’ 노력해서 결과를 얻어내는 경우를 뜻한다. 싫어도 필요하면 공부하는 노력을 뜻한다. 지고 못사는 승부욕과 집요함을 뜻한다. 얼렁뚱땅 설렁설렁이 아니라 꼼꼼하고 세밀하게 그러나 핵심을 파고들어 공부하는 마음씀이 결국 전교1등을 보장한다. 다시 말하지만 역량이 좋으면 이런 기질이 쉬 부족해져서 전교1등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역량이 조금 부족해도 이런 기질이 쎈 사람이 결국 전교1등을 한다. 물론 역량 좋은 사람이 기질까지 갖추면 전국구가 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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