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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왜 비쌀까? 한국 가계 교육비 지출이 매우 높다. 자녀 수가 줄면서 지출 자체는 줄었지만 자녀 1인당 교육비는 줄지 않는다. 왜 그럴까?
교육은 저렴해질 수 있어 보인다. MOOC등의 기술을 통해 MIT 등 유수의 명문대가 무료로 본인들의 강의를 공개하고 있다. 디지털화 된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점점 가격이 싸져야 한다. 음악이 그랬고, 책이 그랬다. 교육이라고 안 그럴 이유가 없지 않는가?
하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어디서도 교육은 저렴해지지 않았다. 인터넷은 많은 제품을 싸게 만들었지만 교육은 예외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교육이 왜 비싼지부터 따져보자. 교육은 맹모삼천지교로 대표되는 학군, 그리고 학벌로 대표되는 입시 경쟁 때문에 비싸다. 왜 학군과 학벌이 중요할까? 그 곳의 공부가 좋아서는 아니지 싶다. 그 곳의 이름값 때문에? 조금 더 그럴듯하다. 하지만 일 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안다. 출신 대학의 이름값은 오래 가지 않는다.
남는 이유는 ‘인맥’이다. 더 좋은 교수, 더 좋은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다. 과거 대부분 성공하는 사람은 경기고 출신이였다. 한때는 대원외고가 그랬다. 지금은 자사고가 그 역할을 한다고 많은 부모들이 믿는다. 명문대는 물론이다.
좋은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교육학 이론과도 들어맞는다. 교육계의 요절한 천재 레프 비고츠키는 ‘인지 발달 이론’을 창시했다. 그에 따르면 교육은 혼자 하는게 아니다. 다른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배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교사와 동료가 중요해진다. ‘맹모삼천지교’는 교육학적으로 일리가 있던 셈이다.
관계를 쌓기에 최선에 방식이 교육이라고 많은 이들이 믿고 있다. 좋은 학교, 좋은 고등학교, 좋은 학군, 그리고 과외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최근에 등장한 ‘명문고 캠프’등의 교육 상품만 봐도 결국 좋은 멘토, 좋은 교사를 만나고 싶다는 학부모의 바램이 구매로 이어진다.
모든 서비스는 디지털화되면 무료에 가까워진다.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 Q&A 서비스 ‘바풀’은 온라인 과외 플랫폼을 만들어 과외의 가격을 줄였다. 온라인 Q&A 서비스 ‘케미스터디’도 서울대 멘토의 가격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줄였다. 에듀테크가 공부 잘 하는 사람과의 관계라는 고액 상품의 가격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술이 갈 길은 멀다. 아직은 온라인으로 맺는 관계가 오프라인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연 플랫폼 ‘테드’를 보자. 테드는 15분의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공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프라인 강연 티켓은 고액에 팔린다. 직접 강연을 들으며 호흡하는 체험에 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세계 만남의 가치다. 에듀테크가 교육을 저렴하게 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액 교육비에 해답은 차가운 온라인 세계의 만남에 있을지 모른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왜 인터넷은 교육을 저렴하게 만들지 못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