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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수능, 국어 전문가 총평]
예상을 뛰어넘었다. 17일 시행된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국어영역은 애초 전망보다 더 껄끄러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어영역을 두고 ‘난도 최상’으로 평가했다.
학생들이 국어영역을 어렵게 느낀 결정적인 이유는 작년도 수능, 올해 6·9월 모의고사 때보다 긴 지문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홍준석 혜윰틀국어연구소장은 “2017학년도 수능 국어영역은 이전 사례와 달리 지문에 딸린 문항 수를 줄인 다음 남은 문항을 새롭게 배치한 지문에 추가하는 식으로 출제 방식을 바꿨다. 한마디로 긴 지문 수를 늘린 것이다. 학생들은 처리해야 할 긴 지문이 늘어나면서 시간을 많이 소비했을 것이다. 문제 자체 난도를 떠나서 긴 지문 수가 많아지면 학생들은 훨씬 더 어렵게 느끼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권규호 이투스 국어영역 강사는 “긴 지문이 다수 등장하면서, 학생들이 지문과 문항을 오가는 시간도 늘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시간을 지체했고, 덩달아 많은 정보 처리에도 애를 먹다 보니 체감 난도는 훨씬 더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홍준석 소장은 “이번 국어영역의 또 다른 특징은 지문 내 그림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이해를 돕던 지문 내 그림이 없다 보니 오로지 글로 된 정보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어 좀 더 까다롭게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원준 이원준국어연구소장도 “시험지가 온통 글로 채워진 덕분에 예년 수능과 달리 훨씬 빽빽해 보이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학생들이 기피하는 지문이 다수 등장한 것도 학생들의 체감 난도를 크게 올린 원인이다. 이원준 소장은 “지문의 길이도 문제지만, 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의 내용을 소개한 철학 지문과 보험 내용을 다룬 경제·법학 지문, 탄수화물 관련 내용을 언급한 과학·기술 등 대부분의 학생이 용어나 문장 구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지문이 나온 게 결정적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권규호 강사는 “특히 보험을 다룬 경제·법학 지문은 최근 수능·모의고사를 통틀어 가장 껄끄러운 지문으로 꼽을 수 있다”고 했다.
출제가 예상됐던 융합형 문제의 경우엔 한 번 더 비틀어 출제하면서 학생들을 당황케 했다. 홍준석 소장은 “올해 6·9월 모의고사에선 비문학과 고전 시가 혹은 비문학과 고전소설 등 두 영역만 결합해 냈는데, 이번 수능에선 비문학과 고전소설, 그리고 현대소설을 한 지문에 몰아넣었다”며 “6·9월 모의고사를 통해 두 영역 결합 문제에만 대비했던 학생들을 당혹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했다.
신유형에서도 진땀을 뻘뻘 흘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원준 소장은 “그동안 출제되지 않았던 현대시와 극 장르의 조합 지문에서도 당황한 학생이 여럿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 국어영역 1등급 커트라인(원점수 기준)을 89~90점대로 전망했다. 권규호 강사는 “원점수 커트라인을 90점대 이하로 예상한 것만 봐도 이번 국어가 얼마나 어렵게 느껴졌을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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