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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걱정이 많은 성격이에요. 플래너를 쓰기 시작한 것도 공부할 때 내가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김윤호(서울 보인고 1)군은 고교 입학 후 전교 한 자릿수 등수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이번 2학기 중간고사와 9월 수능 모의고사 성적을 합산해 전교 1등까지 기록했다. 김군이 꼽은 공부의 비결은 플래너. 지금까지 학원에 단 한 번도 다녀본 적 없지만 중학생 때부터 꾸준히 쓴 플래너 덕분에 높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김군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플래너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공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중학교 입학 후 중간고사·기말고사라는 큰 시험을 맞닥뜨리며 불안감이 배가 됐다. 그는 “아직까지 학원을 한 번도 다닌 적이 없어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했다”며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시험 기간에 해야 할 일을 달력에 적기 시작한 게 플래너 작성의 시작”이라고 했다.
김군의 플래너 작성 방법은 여러 차례 개선됐다. 처음 플래너를 작성할 땐 시험 기간에 들어가기 전 3~4주 가량의 일별 일정을 모두 적었다. 도중에 돌발상황이 생겨 계획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 계획을 무리하게 세워 점점 일정이 밀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늘어났다. 그는 장기·중기 계획을 나누고 하루 계획은 그날 일정에 맞게 계획하는 식으로 정했다.
“지금보다 절대적으로 공부량이 적었던 중학생 땐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일을 반복했죠. 이제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장기적인 목표에 따라 계획을 나누고 이에 따라 중기(주간) 계획을 세웠어요. 장기 계획은 시기에 따라 ▲시험기간 ▲시험기간이 아닌 학기 중 ▲방학 중으로 나뉘어요. 이 기간에 해야 할 일을 5~7일로 나눠 주간 계획을 만들었죠. 주간 계획에 세워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일 아침에 그날 할 일을 적었죠. 등교하고 나서 갑자기 바뀌는 일은 없는지 학교 일정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할 일을 적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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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이 강조한 플래너 작성의 핵심은 공부 시간을 적는 일이다. 예컨대 ▲일등급 수학(~143p) 100(분) ▲영어 본문 암기&분석(6~7과) 30(분) 등 세부 일정을 마칠 때마다 옆에 실제 공부한 시간을 표시했다. 이를 돌아보며 잘못된 공부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 그는 “주말에 학교에서 하루종일 공부만 한 적이 있었는데 이론 상으로는 공부 시간이 12시간 가까이 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8시간 정도에 그쳤다”며 “적어둔 각각의 공부 시간을 확인하니 무엇 때문에 공부 시간이 줄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공부 시간을 적으면서 잘못된 공부 습관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좋아하는 수학 공부하는 데는 시간을 많이 쓰는데, 국어·영어를 공부하는 시간이 굉장히 부족하더라고요. 이를 깨닫고 공부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게 됏어요. 할 일이 많을 때 가장 싫어하는 일부터 시작하고요. 계획이 밀릴 때 하고 싶은 것 먼저 시작하면 하기 싫어하는 공부는 계속 밀리게 되니까요.” -
그는 “공부 잘하는 모든 학생이 플래너를 체계적으로 작성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나처럼 걱정이 많거나 자주 깜박하는 학생이라면 플래너 작성이 아주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1등의 플래너] “플래너에 공부 시간 적으면서 잘못된 공부습관 고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