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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보수적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전해주는 앱 ‘아이엠스쿨’에서 일하면서 느꼈다.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방식은 일본강점기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미디어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는데 말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대학 등록금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교육 자체는 5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전인 교육 위주의 학사과정과 연구 중심의 대학원 과정의 충돌이 있다. 비용 문제도 있다. 굳이 모든 학생이 강의실에 모여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하지만 대학 수업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임철일 교수는 스마트 교육이 대학 교육에 미칠 영향을 미칠 분석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학 내 스마트 교육의 효과에 긍정적이었다. 학습자 중심의 학습환경을 만들고, 교실 밖의 평생교육을 강화하며, 교육을 세계화할 수 있다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반면 주의 분산, 스마트 기기 의존성, 도덕적 해이, 고비용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효과보다 부작용에 덜 확신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스마트 교육으로 인해 대학은 어떻게 바뀔까? 물론 그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예시는 있다. 미국의 교육정책 전문가 케빈 캐리는 저서 ‘대학의 미래’에서 대학은 완전히 바뀔 거라고 장담한다. 앞서 소개한 전문가들의 의견보다 더욱 극단적이다. -
그의 책의 원제는 ‘End of College’다. 대학은 끝났다는 도발적인 제목이다. 근거는 간단하다. 기술을 통해 기존의 대학 교육이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이미 하버드와 MIT는 이 사실을 간파했다. 모든 수업을 MOOC를 통해 인터넷에 동영상으로 올리고 있다. 새로운 교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사람은 기존 대학이 없어지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한다. 이미 있는 질서는 강고해 보인다. 하지만 케빈 캐리의 의견은 단호하다. 기업, 상거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는 완전히 디지털화되었다. 아이폰 열풍으로 시작된 스마트폰은 음악 시장부터 전화기 시장까지 기존 시장을 잡아먹었다. 교육 시장은 아직 아날로그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학이 완전히 디지털화된 새로운 교육기관으로 교체될까? 그렇지는 않으리라 본다. 뉴욕타임즈의 칼럼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저서 ‘소셜 애니멀’에서 세상 모든 것은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학교는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 지식은 잊혀진다. 대신 학교는 질 좋은 관계를 만들러 가는 곳이다. 그렇다면 강의가 무료로 온라인에 공개된다 해도 학교에 가야 한다.
대학은 바뀐다. 이미 지금도 발 빠른 교수들은 동영상 강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아예 지금과 완전히 다르지는 않을 테다. IT 기술을 통해 대학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는 전적으로 현재 교육 종사자들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 변화는 곧 기회다. 기술을 통해 교육 제도를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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