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시내에서 수학 학원 강사를 하는 이지수(35ㆍ가명)씨는 요즘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고 2시간 늦게 퇴근한다. 강의 이외에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에게 맞춤형 학습 상담을 하고 학부모에게는 자녀의 학습 상태에 대해 카톡이나 전화로 매일 일일이 알려주다 보면 어느새 한두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틈틈이 학원 추천 애플리케이션에 올릴 샘플 강의 동영상도 제작한다. 퇴근했다고 업무가 끝난 것이 아니다. 학원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수강생을 대상으로 이벤트까지 기획하고 나면 잠잘 시간조차 부족하다.
#영수 보습학원에서 수학 단과반을 다니는 중3 이호석 군은 며칠 전 끝난 중간고사에서 학원의 힘을 톡톡히 빌렸다. 학원에서 모든 재학생을 대상으로 중간고사 대비 프로그램을 무료로 주말에 운영했기 때문이다. 수학은 물론이고 영어 수업도 마음껏 들을 수 있었다.
학원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수강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사교육비가 점점 감소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저출산에 따른 수강생 감소도 이를 부추긴다. 경영상 어려움에 폐업하는 학원은 어제오늘 얘기도 아니다. 대치동이나 목동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대다수 학원이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중소형 학원을 통폐합하거나 소형 보습학원 위주로 재편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보습학원을 운영하다 올해 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김운용(45)씨는 “인건비와 임대료, 공과금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었다”며 “한정된 수강생을 놓고 친분이 있는 주변 학원간 경쟁하는 것이 마음에 편치 않아서 업종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원가에서는 원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이 나오고 있다. 수강료 할인이나 강의 프로그램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생들이 많이 가는 사이트나 학원 추천 애플리케이션 등에 자사의 학원을 홍보하기도 한다. 경쟁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바로 학원 강사들. 강의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이외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학원강사 김아름(33ㆍ가명)씨는 “다른 학원 홈페이지에 자주 가면서 동향을 살펴보는 편”이라며 “이색 이벤트를 발견하면 학원장과 상의해서 반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학원강사 최진주(39ㆍ가명)씨는 “인강은 대개 맛보기 강의를 들은 다음 수강을 결정하기 때문에 촬영 때 더욱 신중을 기하는 편”이라며 “외모 관리는 기본”이라고 말했다. 기존 수강생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잊지 않는다. 대치동 학원강사인 A씨는 “학생과 학부모의 피드백을 수시로 받아서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며 “요즘은 SNS에 무심코 남긴 학생들의 댓글도 흘려 넘기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런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일정 부분 긍정적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성적이 뛰어난 재학생 또는 졸업생을 활용하는 마케팅이다. 지난해 서울대에 합격한 김지호(가명)군은 “한 달 다니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 학원으로 바꾼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해당 학원 앞을 지나가다가 보니 제 이름이 서울대 합격 재학생 명단에 올라가 있어서 놀랐다"며 “제 동의 없이 개인에 대한 정보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학원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목동의 유명 학원 강사는 B씨는 “학원은 학생들로부터 선택받아야 살아남는 곳"이라며 "나부터도 마찬가지이지만 다른 학원과 대체되지 않는 특별함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수강생 유치 위해 발벗고 나서는 학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