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아이 동승 자동차 스티커를 보는 불편한 시선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0.06 11:22
  • #싱글남 김연우(35)씨는 주말에 친구와의 약속장소를 가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깜빡이도 안켜고 작은 틈새로 옆 차선에서 무리하게 비집고 끼어드는 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차의 뒷면에는 ‘차 안에 소중한 내 새끼 있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나란히 설 기회가 있어 차를 살펴보자, 앞좌석에서는 부부가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뒷좌석에는 예닐곱살과 서널 살쯤 보이는 여자아이 둘이 카시트도 없이 타고 있었다. 김씨는 아이가 있다고 일방적으로 양보를 바라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도로에서 ‘차 안에 소중한 내 새끼 있다’, ‘미래의 판검사가 타고 있다’,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다’ 등의 자동차 스티커를 자주 볼 수 있다. 이전에는 ‘baby on board’ ‘baby in car’ ‘아이가 타고 있어요’ 등등 아이가 차에 있다는 정보만을 단순하게 알렸다면 최근에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감정 등을 담은 스티커가 많아졌다. 자동차 소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이런 부류의 자동차 스티커가 꾸준히 팔리고 있다.
    스티커를 본 사람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단 지루한 운전에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재미 요소가 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운전자 최수홍(45)씨는 “가끔 도로에서 재미있는 문구를 볼 때면 피식 웃음이 난다”며 “말썽꾸러기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가 뒷자리에 타고 있으면 긴장하는 심리를 알기 때문에 충분히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승(39)씨도 “타성에 젖어 운전하다가 아이 동승을 알리는 스티커를 보면 잠시나마 긴장해서 운전대를 고쳐잡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 안전운전해달라고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이기심의 전형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다. 요즘 들어 자신의 아이만을 위해 안하무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부모들의 행동이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되는 분위기도 이런 시선을 부채질한다. 운전자 김지호(35)씨는 “‘내 새끼 다치면 알지?’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반말로 협박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마치 식당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아이가 당연하다며 직원들에게 적반하장 식으로 얘기하던 어떤 부모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명복(55)씨도 “‘미래의 판검사, 대통령이 타고 있다’는 문구는 직업으로 계급을 나누는 것 같아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이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양보를 바라는 태도다. 운전자 이수연(40)씨는 “아이 동승 스티커를 붙인 차가 차선을 위반하거나 무리하게 끼어드는 것을 볼 때마다 마치 아이를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이럴 때마다 ‘당신 아이지 내 아이냐?’라고 비뚤어진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원래 아이 동승을 알리는 스티커는 아이가 타고 있으니 경적을 울리지 말라거나 운전을 조심하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유래는 두 가지로 추측된다. 1984년 미국의 유명 유아용품 회사의 창립자가 마케팅 목적으로 고안해 히트한 상품으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198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한 교통사고에서 차량에 있던 아이를 발견하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사고 후 구조대가 왔을 때 아이를 먼저 구조해달라는 의미로 스티커를 붙이게 됐다고 전해진다.
    스티커보다는 카시트를 통해 아이의 안전을 먼저 도모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제3의 의견도 나온다. 2006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서는 6세 미만 영유아가 자동차에 함께 탈 때는 반드시 유아보호용 기구를 장착한 다음 좌석 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3만원을 부과하고 있지만, 국내 카시트 장착률은 여전히 4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독일 96%, 미국 94%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운전자 이은숙(33)씨는 “카시트를 장착해서 아이를 태우면 선팅을 심하게 하지 않은 이상 뒤차에서도 앞차에 탄 아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