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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를 여러 편 접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타인의 판단이 같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괴리다. 본인은 그 활동을 하면서 정말 힘들었고, 소중함을 느꼈었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감정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어쨌든 감정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시에서 요구하는 것은 지원자의 주관적 감정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활동과 그 활동으로 인한 성장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걸 감정적인 요소로만 한정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전에 수학과에 지원했던 한 학생을 통해 경험했던 일이 있다. 나름의 활동을 성실히 해왔던 터라 자기소개서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써온 이야기는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와는 동떨어진 내용이 많았다. 이 친구는 수학동아리 활동을 했고, 수학교내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았던 기록도 있었다. 그런데 2번의 교내활동 중 의미있던 활동을 기재하는 항목에서 봉사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채우고 있었다. 수학과를 지원한 상태라 전공적합성을 위해서는 수학동아리 활동이 훨씬 중요했는데도 말이다.
학생에게 왜 수학동아리 활동보다 봉사활동을 강조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학생은 자신에게 그 봉사활동이 정말 힘들었지만 가장 보람이 있던 기억이라고 답을 했다. 자세한 상황을 들어보니, 해산될 뻔한 봉사 동아리를 간신히 유지하여 운영하는 과정에서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기도 했고, 결국 원하는 봉사를 하면서 많은 깨달음도 있었던 것 같았다. 무척 좋은 내용이었고 의미도 있어 보였다. 그런데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느낀 감정도 중요한 글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타인에게 보이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한 글이다. 목적성이 있는 글이니 당연히 그 목적에 부합되게 쓰는 것이 더 좋다.
물론 크게 보면 타인을 위한 봉사와 해체될 뻔한 봉사동아리를 기사회생시킨 것 모두가 대견하고 문제해결력을 지닌 인재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학교의 학과에 진학을 원한다면, 그것보다는 학문탐구를 무엇보다 우선해야만 한다. 따라서 학과에 맞춘 자신의 장점을 좀더 드러내려 하길 바란다. 앞의 학생의 경우느 수학동아리 활동을 좀 더 강조하는 것이 좋다. 수학과에 지원한 동기와 노력, 그리고 그 성과 등이 강조된 자기소개서가 더 알아보기도 쉽고 입학을 담당하는 이의 입장에서 더 중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를 객관적으로 쓰라는 말은 차마 하기 어렵다. 어쨌든 자신의 이야기인데다가 최근엔 배우고 느낀점을 중심으로 기술하라는 요구사항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소개서의 역할은 분명하다. 학과에 자신이 적합한 인재임을 드러내고 대학에 입학 후 수학(修學)을 함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에 좀 더 무게를 두기 바란다. 만약 정말 자신에게 너무 중요해서 포기하기 어려운 활동이라면, 순서와 양을 조절해보자. 지속적으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기소개서에서는 그래도 필요하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나의 감정보다는 전략적인 선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