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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자기소개서 첨삭이라는 주제로 ‘착한 자소서’ 샘플을 공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학생의 동의 없이 게재하여 당사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은 무엇보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착한 자기소개서 찾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어 한편으론 고맙고 감사하다.
진주 삼현여고 3학년, 박혜진 학생의 자기소개서 2번 문항에서는 글의 문맥에 막힘이 없고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등 깨끗하고 잘 다듬어진 내용이었다. 특히 박혜진 학생의 2번 문항은 어릴 적부터 자신이 겪었던 신체적 어려움을 그대로 살려 고등학교 성장과정에서 그것과 연계된 환경 동아리를 신설하는 등 색다른 접근 방식이 눈에 띄었다. 오히려 이러한 내용들이 입학사정관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 아닐까 한다.
전년도 합격자 중심의 자소서 내용을 살펴보면, 서술이 길고, 맥락의 흐름이 열거되어 학생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색된 글이 많았다. 각 대학별 인재상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요인이 될 수 있으나, 펙트의 중요성을 살린 글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지난주 박혜진 학생의 자기소개서 2번 문항은 깔끔하고 잘 정돈된 식탁 위의 음식과도 같았다. 다양한 반찬의 성격으로 구성된 단어들과 짧지만 간략한 스토리 중심의 글이 매우 좋았다는 평가이다. 다만, 문항의 중요성을 보면, 약간의 보완이나 첨삭이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왜? 전체의 흐름을 평가하고 채점하는 입학사정관의 관점에선 펙트의 중요성은 거의 합·불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은 공통문항 3개, 대학 자율문항 1개로 구성된다. 공통문항은 고교 재학 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와 그 과정을 서술하는 것이다. 자율문항은 대학별로 1문항을 추가적으로 낼 수 있고, 지원 동기와 입학 후 진로(학업) 계획에 대해 묻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자기소개서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기소개서 안에 학과 지원 동기를 잘 녹여내 작성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학생부 중심 전형의 취지에 맞게 교내 활동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유리하며, 경험과 그에 대한 느낀 점도 서술해야 한다.
최근에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표절과 유사도 검증 시스템이 강화되어 표절 심사가 엄격해졌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잘 살려서 꾸며야 한다. 그리고 창의적이고 짜임새 있게 작성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므로 마지막까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할 것이다.
단순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떤 활동을 했다고 적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수험생들은 늘 자신의 관점에서 나열하고 서술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 개념은 이제부터 지워야 한다. 모든 자소서의 흐름은 어떤 활동을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내용의 활동이 이어져야 하고, 스스로가 무엇을 느끼고 그에 대한 배울 점이 있었는지 서술해야 한다. 아무리 잘 된 자기소개서라고 해도 혼자만의 일기식의 글은 절대 금물이다. 필자는 작가 출신으로서 자기소개서에 대한 평가를 학생 개인의 입장에서 어떤 스토리 전개를 목적으로 하는지부터 평가한다. 이는 입학사정관들의 관점에서 학생 개개인의 글을 평가하는 흐름과도 같은 방식이다. 아무리 잘된 자소서라 하더라도 스토리가 없는 전개의 글은 흐름이 깨지고 지루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읽을 수 없는 글이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2017 자기소개서 접수가 시작된다. 9월 12일부터 진행되는 대입 수시 접수에서 수험생은 자신을 너무 과대 포장하려는 억지의 글을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자기소개서를 잘 쓰기 위해 정말 많이 애를 쓰고 고민하는 수험생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정답이다. 화려한 문장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학생도 있고, 억지로 쓰려고 애를 먹는 학생들도 있다. 답은 간단하다. 화려한 문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장이나 문체보다는 입학사정관이 뭔가를 의미 있게 바라보는 행동이나 경험을 디테일하게 작성하는 것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집중하자.
더 나아가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한 공부나 활동에서 스스로 고민한 것과 그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 경험을 서술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겪은 시행착오나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도전하고 개척해 본 경험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것이 ‘착한 자소서’이다. 추상적인 표현의 글이 아니라, 열심히 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학생의 생각과 모습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학생이 가진 관심사나 지적 호기심을 어떻게 확장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는지가 중요하다.
이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무리 단계에서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는 형식은 불가하다. 필자는 2017 수험생에게 명령한다. 고교 3년간의 교내 활동을 단계별로 정리하여 그것을 퍼즐식으로 짜 맞추는 형태로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접근하라! 자기소개서가 끝나면 면접 준비에 시간을 투자하라!
*도움말: CMG수시전문학원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추민규·장광원의 ‘학생부 전형의 모든 것’] 자기소개서의 중심, ‘착한 자소서’는 어떤 형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