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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범(대구가톨릭대학교사범대학부속 무학고 3)군은 지난 3월 전국 모의고사에서 전 과목 1등급을 받았다.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주요 교과도 모두 1등급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군의 성적이 늘 완벽했던 건 아니다. 가끔은 내신 평균이 1.8등급으로 뚝 떨어지기도 하고, 1.2등급으로 쑥 오르기도 했다. 그의 성적을 요동치게 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예쁘게 쓰려다 지쳐 ‘포기’… 낮은 성적 보고 ‘재도전’
문동범군이 공부법에 관심을 가진 건 고교에 입학하면서다. 성적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 진학하면서 압박감을 느껴 효율적인 학습법을 찾게 됐다. 문군은 “인터넷 기사나 게시물을 보며 공부법을 보다 보니 ‘우등생 대부분이 학습 플래너를 활용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의대에 진학한 누나도 플래너를 쓴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수첩을 하나 마련했지만 막상 쓰려니 막막했다. 그는 예쁘고 깔끔하게 잘 꾸며진 누나의 플래너를 모범으로 삼았다. 문제는 플래너를 보기 좋게 작성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었다. 각종 색깔 펜으로 정성을 다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쓰고 형광펜으로 알록달록 칠하다 보면 30분, 1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문득 ‘공부해야 할 시간을 쓸모없는 일에 소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량이 줄었다고도 느꼈다. 계획 세우는 것을 멈추고, 닥치는 대로 공부만 하기로 했다. 그렇게 1학기가 끝나고 받아든 성적표에는 전체 평균이 2등급에 가까운 숫자가 찍혀 나왔다. 그는 “원하던 성적보다 훨씬 낮은 점수였다”며 “위기감을 느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
문군은 “좀 더 짜임새 있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덮었던 플래너를 다시 펴들었다. “이번에는 ‘할 수 있는 만큼만 작성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서툰 글씨라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간단한 목표를 적고 완수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플래너를 쓰기로 했다. “오전 6시 40분쯤 학교에 도착하면 학교 전체가 아주 고요해서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이처럼 중요한 시간에 하루 계획을 세우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는 직전 학기처럼 색색 펜을 쓰거나 예쁜 글씨에 시간을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 검은 펜만으로 매일 자습 시간에 공부할 과목과 페이지를 써두고, 가끔 중요한 일정만 빨간 펜으로 별도 표시했다. 플래너에 들이는 시간이 10분 이내로 줄었다. 과목별 공부 계획을 달성할 때마다 체크해 성취감을 쌓고 남은 학습량을 가늠했다. 만족감을 원동력 삼아 다음 날 다시 플래너를 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낸 뒤 내신 평균은 1.2등급으로 반등했다.
◇전 과목 고른 성적 받으려면 플래너가 ‘필수’ -
그가 가장 먼저 플래너에 써넣는 건 그날 수업에 대한 복습이다. “플래너를 쓰지 않을 땐 수학 등 몇몇 과목 위주로만 공부했습니다. ‘그날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그날 복습하는 것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중간·기말고사를 볼 때 무척 고생했습니다. 과목별 성적이 고르지 않아 전체 평균 등급도 낮아졌고요.” 실제로 플래너를 쓰지 않을 때 문군의 내신 평균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2학년이 되면서 봉사·동아리·소논문 등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플래너에 기재한 학습 분량을 못 채우는 일이 잦아졌고, 또 다시 플래너를 멀리하게 됐다. 이후 공부 시간이 줄고 과목별 성적이 들쑥날쑥했으며, 성적도 평균 1.8등급으로 하락했다. “성적이 떨어지면서 ‘아차’ 싶어 다시 플래너를 쓰며 공부했어요. 복습에 우선순위를 두고, 그다음에 부족한 과목을 추가로 보충하는 식으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성적이 올랐습니다.” 이후 플래너를 꾸준히 쓰면서 3학년 때는 3월 전국 모의고사에서 전 과목 1등급을 받았고, 중간·기말고사 주요 교과에서도 모두 1등급을 기록했다. 그는 “플래너를 쓰느냐 안 쓰느냐에 따라 지난 3년간 교과 성적이 오르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문군은 계획 자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동아리 활동이나 수행 평가를 하다 보면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날이 있어요. 그러다 보면 미리 잡아둔 하루 학습량을 완수하지 못하기도 하죠. 그럴 땐 스트레스받지 말고, 남은 분량을 약간씩 쪼개서 다음 날 계획에 끼워넣는 식으로 유연하게 하면 좋아요. 또 특정 과목에 효율이 오르지 않더라도, 계획에 따르느라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경우가 있죠. 저는 그럴 땐 과감하게 놓고 다음 공부로 넘어갑니다. 다음 날 머리가 맑을 때 하면 더 잘되기도 하거든요.”
그는 “플래너를 쓰다 보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집중 가능한 시간은 날마다, 상황 따라, 개인마다 다 다릅니다. 언제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효율적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모든 계획을 다 지키면 그게 가장 좋겠죠. 하지만 일이란 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는 거 아닐까요. 플래너를 쓰다 보면 자신과 환경에 대해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도 생깁니다.”
[1등의 플래너] “성적이 '이것'따라 오르내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