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사고 자소서 제출 시기 논란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8.24 10:31
  • ‘자기소개서를 온라인 입학원서 접수 시 또는 1단계 추첨 후 입력할 수 있다.’

    올해 서울지역(광역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입시요강에는 기존에 없던 문구가 추가됐다.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제출 시기를 면접 대상자 발표 이후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서울지역 자사고 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등 각종 서류를 온라인 원서 접수 시 한꺼번에 제출해야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원래 자기소개서 제출 시기를 면접 대상자 발표 이후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자사고의 거센 반발에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에도 자사고 지원자·학부모들은 ‘자소서를 나중에 제출하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걱정한다. 우왕좌왕하는 자사고 지원자를 위해 문제의 핵심과 발단, 전개 과정을 살펴봤다.
  • ◇면접 대상자로 선발된 후 자소서 등 서류 제출 가능… 불이익 전혀 없어

    결론부터 말하면 자기소개서 제출 시기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8일 면접 대상자가 자기소개서를 언제 제출했는지 자사고가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학생부를 포함한 모든 서류도 추첨 후 면접 대상자만 제출한다. 자사고가 학생부 등 각종 서류를 추첨 전에 검토한다는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셈이다. 윤미선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장학사는 “이번 개선안의 의미는 자기소개서뿐 아니라 학생부 등 모든 서류를 용도에 맞게 활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 3월 30일 서울시교육청이 ‘2017학년도 서울시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밝표하면서 불거졌다. ‘서울지역 자사고 지원자 중 2차 면접대상자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그러자 서울 자율형사립고교장협의회가 즉각 반발했다. 교육청 발표가 있고 나서 하루 만에 “교육청 방침을 전면 거부하며 모든 지원자에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한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자사고들이) 합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장은 “교육청 발표 1주일 전에 고입 전형위원회가 열렸는데 이때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들었다”며 “학생 선발은 학교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3월 이슈가 확산되고 4개월 여 동안 양측은 지난한 협의를 거듭했다. 그러다 고입 모집요강을 확정해야 하는 지난 10일에야 겨우 합의에 이르렀다.

    ◇수요자인 학생 대변한다는 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자사고 1단계 전형(추첨)에서 떨어지는 학생들까지 자기소개서를 (미리) 제출해야 하는 입시제도에 대해 학생·학부모·교사가 강력하게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울지역 자사고에 진학하려는 박모(휘경여중 3)양은 “애써 자기소개서까지 제출했는데 면접도 치르지 못하고 떨어지면 너무 억울할 것”이라며 “면접 가능 여부를 알고 나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교육부 정책 방향에도 부합한다. 교육부의 ‘2017학년도 자기주도학습전형 및 고등학교 입학전형영향평가 매뉴얼’에 따르면 자기소개서 등 제출 서류는 2단계 면접 전형에서만 활용한다. 1단계에서 활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중등 교사들도 이러한 개선을 강력히 원했다.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은 중학교 교감·교사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단계 추첨 후) 2단계 면접 대상자만 자소서를 작성·제출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 반대를 묻는 질문에 96%(669명)가 ‘찬성’을 택했다. ‘중등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이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때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데, 면접 대상자만 자기소개서를 준비하게 되면 교사 업무가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다. 설문조사에서도 2단계 면접 대상자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게 하면 중 3 담임교사의 업무 경감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94%(657명)를 차지했다.

    ◇허수 지원자 가리려면 지원 단계부터 자기소개서 검토 필요

    자사고 입장은 이와 다르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면접 대상자로 선발되고 나서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면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자신이 학교 교육과정을 잘 따를 수 있을지 학교 건학이념 등을 살피며 깊이 생각해 보고 지원할 수 있게끔 자기소개서를 미리 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교육 전문가는 “허수 지원자를 가리려면 원서접수 단계부터 자기소개서를 받아야 한다는 자사고 측 입장을 이해한다”며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1차 추첨에 활용하는 식으로 악용하는 것만 완벽히 규제할 수 있다면 원서 접수 시 자기소개서를 받아도 된다고 본다”고 했다.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장은 “마치 자사고가 자기소개서를 1단계 학생 추첨에 활용한다거나 부도덕하게 악용하는 식으로 묘사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급박한 전형 일정 탓에 사실상 자기소개서 미리 준비해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지역 자사고가 2017학년도 모집요강 확정 전에 합의를 도출했지만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한 학생 부담은 여전하다. 오는 11월 15일 면접 대상자 발표 이후 자기소개서 입력 마감까지 주어진 시간은 이틀뿐이다. 조미정 김영일입시컨설팅 교육연구소장은 “매일 자기소개서를 꾸준히 준비한 학생이 아니라면 이틀 만에 마무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사고에 지원하려는 학생·학부모도 교육청과 학교의 합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3학년인 김모군은 “집 근처 자사고에 진학하고 싶어 여름방학에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틈틈이 준비했다”며 “기존 온라인 원서 접수 기간과 합의안의 자소서 마감 기간이 겨우 3~4일 차이라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중 2 자녀를 둔 양모(42·서울 성북구 길음동)씨도 “서울시교육청의 주장이 수용됐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살펴보니 학생의 자기소개서 작성 부담이 전혀 줄어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반면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자사고가 자기소개서 마감 일정을 조금 늦추는 식으로 협의하면 학생 부담을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올해 서울지역 자사고 입시는 오는 11월 10~11일 1단계 온라인 입학원서 접수로 시작된다. 면접 대상자는 11월 15일 오후 5시에 발표되며, 자기소개서 입력 마감 기한은 11월 17일 자정이다.

    2016학년도 서울 지역 자사고의 일반전형 경쟁률은 평균 1.94대 1이었다. 가장 높았던 학교는 이화여고(3.37대 1)이며 가장 낮은 학교는 경희고(0.7대 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