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학습경험에 들어가야 할 것, 교과목? 아니면 또 다른 학문?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8.24 09:54
  • 얼마 전 만난 한 학생이 자기소개서 1번 문항부터 낑낑대며 한 자도 써내려 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쉽사리 글이 써지지 않던 가장 큰 이유는 적절한 소재를 고르지 못해서였다. 아이는 학업에 대한 경험을 교과목에서 찾지 말라는 조언을 어디선가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생활만 충실히 해온 아이의 입장에서 교과목 이외의 학습 경험이라는 게 딱히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논문이라도 채 쓰지 못했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필자의 눈에는 이게 더 이상해 보였다. 왜 교과목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 안되는 것인가?

    자기소개서 1번 항목의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이란 깊은 학문적 공부를 말하는 것일까? 답은 ‘그렇게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마다 더 깊은 공부를 위해 무언가를 더 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서 심리학 동아리에 가입하고 동아리원들과 스터디를 함께 하며 심리학 기본 서적들을 읽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활동이 없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 꿈을 찾는 과정에서 좌충우돌 했을 수도 있고, 자신의 진로를 뒤늦게 정한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학습경험이 어떤 특정 경험형태라고 정의 내려 말하기 힘들 것 같다.

    조금 평범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정말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한 교과목에서 성적 향상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 내용을 살려서 써도 좋다. 특별해 보이지 않아 보인다고 없는 말을 지어낼 수는 없다. 같은 교과목에서의 비슷한 공부방법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학생마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것과 배우고 느낀점이 모두 같을 리 없다. 자세히 풀어 쓰면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

    게다가 교과목과 학과를 반드시 맞추어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물리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이 물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교과목과 꼭 맞아 떨어지지 않는 학과들도 있기 마련이다. 가끔 억지로 학과와 자신이 잘했던 과목을 무리하게 연결짓는 경우가 있는데, 논리적인 관련성이 약할 때 이를 끼어 맞추는 글쓰기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심리학과를 봐도, 이 학과에 딱 맞는 교과목을 선뜻 무엇이라 꼽기 어렵다. 따라서 교과목을 일대일 대응처럼 반드시 지망 학과와 맞추어 끌어오려 무리하지 말자.

    오히려 자신이 잘한 과목을 부각시키고 그 과목을 공부하며 기울였던 노력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지원 학과에서 학업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내용을 써도 괜찮다. 학과와는 조금 상관없어 보이겠지만, 수학이나 과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점을 심리학과와 연관 지어도 된다. 어떤 학습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겪는 과정에서 학생의 태도와 생각, 그리고 배우고 느낀점에 있기 때문이다.

    학습경험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접근하기 보다는 조금 더 열린 관점으로 접근해보자. 심도있는 학습 경험일 필요도 없고, 교과목을 꼭 학과에 맞추어야 한다는 필수조건도 없다. 그것보다는 특정 학업적 목표를 향해 노력했던 과정을 통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면 족할 것 같다. 소재 찾는 것의 어려움은 늘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좀 더 쉽게 생각하고 가까이에서 찾아본다면 소재 찾기에서부터 글쓰기까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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