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에듀테크, 왜 필요한가?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8.09 10:14
  • 한국은 교육 강국이다. IT 강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교육과 IT가 합쳐진 에듀테크는 어떨까?

    공부를 너무 잘해서일까? 한국은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 필자가 참여하는 에듀테크 행사(https://goo.gl/HXTMpf)가 있다. 반년에 한 번씩 선생님들과 관련 업체, 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 등이 모여 테크에 대해 논의한다.

    방학 직전이라지만. 아주 많은 선생님들이 모이지는 않았다. 특히 중,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관심이 적은 편이다. 입시에 신경 쓰느라 다른 일에 투자할 여유가 없다고 한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화려한 장비나 기술력이 있다고 교육이 잘 될까? 그보다는 기본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에듀테크를 ‘IT 장비로 가르치는 교육’이라고 한정 짓는다면 한국의 에듀테크는 썩 뛰어나지 않다. 한국의 교실은 일본 강점기와 큰 차이는 없다. 칠판과 분필, 책상 위주다. 스마트 칠판, 그래픽 계산기, 아이패드 등 화려한 기기가 있는 미국의 교실에 비하면 초라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국보다 한국의 교육 성과가 더 훌륭하다. PISA 점수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경제학자는 이미 PISA 점수가 미래의 GDP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PISA는 단순 계산, 암산능력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력과 창의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한국의 초중학교 교육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훌륭하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핀란드 등 훌륭한 교육 제도를 가진 나라는 대개 화려한 기술이 없다. 그보다는 다른 요인이 크다. 교사의 대우가 좋다. 학생들과 국민들이 문화적으로 교육을 중시한다. 엄격한 졸업시험을 본다. 이런 면이 화려한 기술보다 중요하다.

    얼마 전에 계산기 덕에 미국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기본기가 챔피언을 만든다. 계산 연습을 하지 않고, 계산기에 의지하는 학생들은 계산 실력이 떨어진다. 자연히 수학 실력이 떨어진다. 현실 사회에서 계산기를 가지고 수학 문제를 푼다고 해도 계산기 없이 공부했던 학생보다 수학을 못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서 에듀테크는 교육에 방해가 된다.

    그렇다면 에듀테크는 필요 없는가? 중학교 성적이 전부라면 그렇다. 하지만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기술은 사회의 일부다. 모두가 일상에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기술을 잘 쓰는 법은 필수다. 사칙연산을 배워야 하듯, SNS 활용법을 배워야 하고,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얻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SNS를 잘못 써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재벌 3세부터 연예인까지 많은 이들이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다. 기술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생긴 문제들이다. 교육의 부재다.

    낡은 교육만 배운 인재들은 기술에 잡아먹힌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한다. 신기술이 직업을 잡아먹는다. 무인자동차가 생기면 운전사는 사라진다. 대신 기술은 새로운 직업을 만든다. 3d 프린터는 기존의 제조업 기술자 직업을 없애는 대신 새로운 전문가를 만든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려면 최신 기술을 어릴 때부터 알아야 한다.

    에듀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기본기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글을 해독하고, 사칙연산을 하는 기술 말이다. 이런 능력이 없이 무인 자동차를 이해하고, SNS 계정을 운영할 수는 없다.

    한국 교육은 기본기는 세계 최고다. 기본이 충실하므로 더 높은 부분을 기대하게 된다. 기본기가 부족한 미국에서 잘 하는 에듀테크도 한국이 최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교육열, 기술력 등 모든 부분에서 한국이 빠지는 부분이 없다. 에듀테크까지 발전한다면 한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뛰어난 교육 인프라를 가지게 된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거부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세계 누구보다 빨리 컴퓨터 기술이 발전한 나라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프리카에 원주민으로 태어났다면 같은 성과를 이루기는 어려웠을 테다. 모두가 좋은 교육을 받는다면 국가 경쟁력이 올라간다. 글로벌 시대에서 결국 좋은 교육을 받게 된다면 국민 모두가 좋은 교육에 과실을 나눠 가지게 된다. 에듀테크의 발전을 위해 오늘도 고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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