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성을 키우는 이영숙 박사의 부모성품코칭] 엄마는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8.05 10:47
  • 요즘 자살 충동을 느끼는 십대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신문 기사는 이미 익숙한 것이 되었고, 인터넷상의 청소년 커뮤니티만 들어가 보아도 ‘죽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을 걱정시킬까 봐, 깊은 대화를 할 시간이 없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들이 좀처럼 부모에게 자신의 속내를 내비치지 않아서입니다.

    이런 문제로 상담했던 가정이 있습니다.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이었고, 부모는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었지요. 부모님은 정말 바쁜 와중에도 아이의 생활을 돌보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아이의 숙제, 준비물 등을 꼼꼼하게 매일 봐줬고, 아이가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웬만하면 다 사줬다고 합니다. 또한 주말에는 아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함께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친구네 놀러 간 틈에 아이 방을 청소하다가 찢어 버린 종이 뭉치들을 발견했다지요. 그런데 거기에는 ‘엄마 아빠는 나한테 관심이 없다’ ‘외롭다’ ‘죽고 싶다’ 같은 말들이 적혀 있었답니다.
    아이의 부모님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쏟았던 관심과 노력이 다 헛되었단 말인가, 왜 아이는 죽고 싶다고 할 정도로 힘들어할까.’
    여러 가지 생각과 좌절감이 밀려왔고 아이에게 따지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답니다.
    “엄마 아빠가 너에게 얼마나 신경을 썼는데, 대체 왜 그러니? 뭐가 문제인 거니?”
    죽고 싶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혼내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혼을 내기 전에 십대의 심리적 특징을 알면 아이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십대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몸부림치는 때입니다. 미국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자아정체감을 확립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고민하며 자신의 특성, 개성을 찾으려고 몰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기이지요.

    한편 자기 자신에 대해 예민하게 성찰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열등감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건방진 태도로 부모 속을 긁어놓거나, 기성세대를 비난하며 정의로운 척 외치는 것이 실은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서입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요란한 장신구를 하는 등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 시기 아이들의 특징입니다. 청소년기는 외모에 대한 자아상이 개인의 자존감, 자아정체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입니다. 외모를 가꿈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찾고, 자아에 대한 확신을 얻으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경하는 연예인이나 또래 집단이 입은 명품, 유명 브랜드를 착용함으로써 자신의 개성, 특별함을 과시하려는 청소년 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문제입니다. 비싼 브랜드를 걸치면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을 가치 있게 봐줄 거라는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현상인데요. 이러한 인식은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 건강한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일을 방해합니다.

    청소년들이 내면에도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외모보다 내면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어른의 모델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나 어른들이 성취보다 성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지니는 것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성품을 칭찬하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그러면 ‘나는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야’라는 긍정적인 자아정체감을 형성해갈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기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을 거부하면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독립하려 합니다. 아이가 말대답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우리 아이의 자아가 성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부모의 생각과 말은 일단 모두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머릿속으로는 이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지 혹은 없는지를 결정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사춘기를 겪었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어른들이 하는 말, 행동이 왠지 부당하고 부조리하다고 느끼지 않았나요? ‘내 맘대로 할 거야’라며 반항하고 싶었던 마음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보았을 것입니다. 우리 자녀도 그런 것입니다. 말대답은 자신만의 자아를 형성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볼까요? 십대 아이들은 부모의 의견보다는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더 신경 쓰고, 또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부모를 제일로 여겼던 유아기가 지나고 친구를 제일로 여기는 시기를 맞이한 것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친구들을 제 목숨처럼 여기지요. 친구가 얼마나 많으냐가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한다고 여길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서 친구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취미생활을 함께하며, 고민이 있으면 친구와 가장 먼저 나눕니다. 이 시기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또래 관계는 대인관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관계입니다. 남자아이들은 교우 관계 속에서 남성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힘의 소유와 나눔, 자신감 등을 배워가지요. 여자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친구들 사이에서 소통 방법, 협동심 등을 익힙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행동을 일삼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염려된다면 좋은 성품을 지닌 친구와 지낼 때 느끼는 기쁨과 장점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고, 다양한 성향을 지닌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해가 앞서면 화협이 이루어지고 말뿐인 잔소리가 앞서면 될 일도 안 됩니다. 아이를 먼저 이해해보세요. ‘이해’에서부터 진정한 소통이 시작됩니다.

    출처: 이영숙(2015) 잔소리의 품격. 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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