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이재정 경기교육감 고교 야자 폐지 추진에… 학부모 “사교육 부추기는 꼴”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6.30 17:57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경기도교육청 제공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경기도교육청 제공
    이재정(72) 경기도교육감이 내년부터 관내 고교의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교육감은 29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입시 위주, 성적 위주, 성과 위주의 경쟁적 교육이 ‘야자’라는 이름의 비인간적, 비교육적 제도를 만들었다”며 “2017년부터 야자에서 학생들을 해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야자 폐지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제안해 전국 시·도교육청이 공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도 했다. 이 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다.

    야자 폐지의 대안으로는 대학과 연계한 ‘예비대학 교육과정’(가칭)을 제시했다. 이 교육감에 따르면, 예비대학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방과 후 대학교에 방문해 진로탐색을 하거나 인문학·예술·IT 등 기초학문 등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 입시 공부에 쏟던 시간을 진로 탐색이나 관심 분야의 학문을 공부할 시간으로 대체해, 학생들이 미래를 스스로 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이 교육감의 설명이다. 그는 “경기도 전역과 서울 외곽에 있는 모든 대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추후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교육감의 ‘야자 폐지’ 발언이 알려지면서, 교육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30일 ‘이 교육감의 야자 일률 폐지 방침에 대한 입장’을 통해 “학생, 학부모, 교원은 물론 교육계 안팎의 논란을 가져올 교육 정책은 교육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이에 따른 세부 대책 마련이 된 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교 현장에선 학교 재량권을 또다시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A고교의 3학년 담임교사는 “야자 시행 여부는 학교가 결정할 일인데, 교육감이 나서서 ‘야자 전면 폐지’를 추진하는 건 지나친 영향력 행사”라고 했다. 경기도 B고교의 한 교사는 “인사권·재정권·감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교육감이 압박하면, 학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 없이 ‘힘의 논리’에 의해 졸속으로 교육 제도나 정책이 결정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고2 학부모 정희선(가명·경기도 성남시)씨는 “사춘기 학생들은 아무래도 학교의 통제가 필요한데 그 울타리가 사라진다면, 학부모 입장에선 학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난다. 야자 폐지는 결국 공교육이 앞장서서 사교육을 부추기는 꼴 아닌가”라고 했다. 고2 자녀를 둔 학부모 김수경(가명·경기도 광주시)씨는 “현재 학원비를 마련하는 것도 빠듯한 상황인데, 야자 폐지 후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만 앞선다”며 “야자가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이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경기도의 C고교 2학년생 송지원(가명·17)양은 “현재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한창 야자할 시간에 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능 공부 대신 예비대학 교육과정을 한다는 것은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