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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작성 시즌이 돌아왔다. SNS를 열면 이곳저곳에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에 관한 글들이 넘쳐난다. 다들 훌륭한 글들이지만 사실 너무 복잡하고 이론에 치우쳐 보인다. 그렇다면 특목, 자사고,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하면 쉽게 쓸 수 있을까? 우선 수능이나 내신같이 시험 커트라인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과 자기소개서로 선발하는 전형과의 차이점을 생각해보자.
1. 수능이나 내신전형은 해당 학생의 소질과 끼, 꿈을 묻지 않는다.
당연히 수험생이 그 꿈을 가지게 된 동기와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한 과정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다. 결과에 관심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학종이나 특목고, 자사고의 전형은 결과보다는 동기와 과정을 묻는다.
A학생이 생물 시험에서 100점을 받고, B학생은 95점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누가 더 우수한 학생일까? 만일 수능이나 내신전형이라면 물어볼 것도 없이 정답은 A학생이다.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종이나 특목고, 자사고 전형의 평가기준은 다르다.
2. 자기소개서는 성취를 이룬 이유를 동기와 과정의 스토리로 쓰는 것
만일 A학생은 학원수강과 참고서를 죽어라 암기해 100점을 받은 것이라 치자. 물론 이 학생의 노력을 무시하자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일단 가정해보자.
사례1)
B학생은 어릴 때 추운 겨울날 베란다에 놓아두었던 어항 속의 금붕어가 꽁꽁 얼어 눈을 뜨고 (사실 금붕어는 언제나 눈을 뜬다.) 얼음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혹시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주전자에 물을 데워 부었더니 금붕어가 다시 헤엄치는 것을 보게 된 경험이 있다. B는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을까?” 구글과 위키백과 등을 검색하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B는 또 생각했다. “만일 그렇다면 인간도 냉동된 후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인간은 금붕어와 달리 냉동하면 세포가 파괴되기 때문에 ‘액체질소’를 사용한다는 것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B는 또 생각했다. “만일 훗날 냉동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이 사람이 갖고 있던 의식과 기억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B의 생명에 대한 관심은 어머니가 튀김요리에 아낌없이 콩기름을 사용하시는 이유가 GMO(유전자변형식품)여서 가격이 싸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하였으며, 영화 ‘가타카’를 보면서는 국가가 전쟁을 위해 인간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것에 대한 옳고 그름과 더불어 그 기술의 실현가능성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이어 B는 우리나라가 윤리문제로 인해 줄기세포 연구가 주춤할 때, 뒤쳐져 있던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교수가 ‘역분화줄기세포’로 노벨상을 수상하고, 지금까지 일본이 21명의 노벨상수상자를 배출할 때 우리는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에 자극받게 된다. TED를 시청하다가 15살 잭 안드라카가 200여개 대학에 췌장암 지표를 만들어보겠다는 메일을 보낸 끝에 존스홉킨스 대학의 승낙을 받아 결국 췌장암인덱스를 만들어낸 사실에 경쟁의식도 생겼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관심은 생명공학자가 되어 노벨상을 타겠다는 목표의 ‘동기’가 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열정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을 살펴보자.
이후 친구들과 생명과학연구동아리를 만들어 토론과 자료조사, 확장학습, 강연수강 등을 하며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오던 B는 방학 중 S대 교수의 특강에 참여했다가 치매를 고치고, 멸종동물을 복원시키는 기술인 크리스퍼유전자 가위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MOOC에서 관련 영어 강의를 듣기 위해, 우선 생명공학관련 용어들을 공부한 후, 8분짜리 TED강연을 한글자막 → 영문자막 → 영어원어수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결국 영어가 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
B는 스스로 타고 태어난 생명에 관한 관심이 있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확장시켜 왔으며, 이 결과로 생물 중간고사 90점의 성적이 기말에서는 95점으로 향상되었고, 자율심화학습동아리 우수상과 활동보고서로 이어졌다.
어느 학생이 우수한가? 당신이 입학사정관이라면 어떤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100점이라는 성적의 정량적 수치가 아니라, 그 ‘동기’와 ‘과정’이 빚어내는 ‘가능성’ 즉 ‘학업역량’에 주목한다.
‘숫자’로 표현되는 ‘학업성적’이 아니라 ‘학업역량’을 묻는다. 대학에서도 죽어라 암기하고, 오답노트 만들면서 암기주입식 학습을 할 것인가? 자신의 진로분야의 주제를 스스로 검색하고, 토론하고, 질문하며 주제를 찾고, 스터디그룹을 만들고, 팀플과 발표를 통해 성과를 이루어 내는 것.
여기서 2문제를 출제해 본다.
1.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 로봇과 경쟁해야 할 세대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2. 국영수 시험 누가 더 잘 볼까? ① 알파고 ② IBM 왓슨 ③ 우리 아들
2번 답의 힌트: 불도저 앞에서 삽질하기.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근주의 열정스토리] 자기소개서, 합격의 공식
<소질과 끼, 진정한 동기가 우선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