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수학공부도 독서인가?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6.07 11:15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서울대 수학과 출신으로 대치동에서 경찰대 수학과 의대 수리 논술을 지도하고 계신 백성현 선생님의 기고를 싣겠습니다.

    수학공부를 왜 하는가?
    수없이 반복되는 질문이고, 그 대답 또한 여러 가지이다. 다양한 답이 있지만 필자도 대답 하나 추가하자면 다음과 같다. “수학공부의 목적은 머리가 좋아지기 위해서다”

    수학공부의 목적이 실생활에 써먹기 위해서라는 사람도 있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학문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 의미 있는 설명들이지만, 역시 수학적 추상화를 빌려 쓴다면 필자처럼 말할 수도 있겠다.

    필자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지금은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이다. 이제껏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을 배웠으며, 얼마나 의미 있는 노동을 하였는가에 대하여 가끔씩 회의감에 빠질 때가 있다. 이 사회에 얼마나 이바지 하였는가에 대한 불확실에서 출발하지만, 결론은 적어도 해악은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들의 머리를 좋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한테 배우는 기간 동안에만 따져도 수학에서 너무나 큰 성장을 이루어 내고, 처음 만났을 때와는 완전 다른 학생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하게 되면 머리가 좋아 져서 다른 과목도 잘 하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노력하지 않고 거저 얻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수학공부를 한다는 것은 결국 문제를 푼다는 것인데, 복잡한 수학문제들을 푸는 과정이 우리의 뇌를 집중 훈련시켜 주기 때문에 두뇌 자체가 좋아진다.

    그러므로 수학공부를 열심히 하여 세계적인 수학자가 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수준에서든지 공부를 한 만큼 머리가 좋아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수학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결과로서의 시험점수에만 관심 갖지 말고, 수학공부에 매달린 만큼 그 학생의 머리가 개발되었겠구나 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니 고통 없이 수학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부모는 아이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학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열심히 도와서 머리가 좋아 지도록 만들고 싶은데, 문제는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학을 열심히 하는 동기는 다양하게 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 좋은 학원을 발견하는 것, 좋은 수학책을 접하는 것이 그러한 동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좋은 수학책이라 함은 주로 수학교재를 의미한다고 볼 것이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수학책이란 의례히 수학 문제집들이기 때문이다.

    독서와 수학공부는 전혀 관련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굳이 비슷한 점을 말하자면, 연필잡고 하는 독서!, 노트 펴고 하는 독서, 문제푸는 독서! ...  독서의 속도를 따지자면 인문서적, 자연과학, 수학 순으로 빠를 것이다. 수학책은 독서 중에서 가장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만 갈 수는 없다. 출판사들에서는 좀 더 빨리 볼 수 있는 수학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비록 시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수학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재미있고 유익한 수학책이 지금 보다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다.

    누가 수학공부는 독서가 아니라고 하는가? 수학공부가 독서가 아니라고 보는 이유는 예체능 과목처럼 연습을 동반한 과목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주로 실습책을 수학책으로 간주해왔던 것이다. 수학의 역사 만큼 허술하게 다루어 온 역사는 드물 것이다.

    다른 과목들은 학습과정에 그 과목의 역사가 풍부하게 담겨 있는 편이지만, 오직 수학만은 사고력의 성장과정을 배려하여 철저히 재구성한 과목이기 때문에 역사를 전혀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수학의 역사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재미있게 재구성한 책을 찾아 본다면 드물지 않게 나온다. 수학적 동기부여를 수학의 역사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수학공부를 하는 만큼 머리가 좋아지고, 수학공부를 하자면 어느 정도의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그 동기부여를 수학의 역사책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재미있게 재구성한 수학의 역사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독서활동을 중시하는 공교육의 관점에서도 수학의 역사에 관한 책에 대하여 독서목록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운 과목이지만 꼭 공부해야 하는 것이 수학이다. 노력해본 만큼 정신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모든 과목의 공부가 그렇듯이 지금 공부하는 내용의 역사적 배경을 알고 덤빈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수학공부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방학이 되면 독서 과제로 위대한 수학자의 생애를 적은 책을 한 두 권 읽어 보기 바란다. 한글로 된 책이 없으면 영어로 된 책을 구입해서 읽어 보는 것도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어쩌면 그 속에서 방황하던 학창시절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인생의 좌표를 그릴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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