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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이가 새학년에 올라가고 엄마들의 반 모임도 시작되었습니다. 큰 아이, 작은 아이 새로운 반 엄마들 모임에, 기존 엄마들 모임까지... 3월 한 달은 아이도 바빴지만, 엄마인 저도 정말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정신이 없었네요. 정보도 얻고 분위기 파악도 할 겸 엄마들 반 모임에는 웬만하면 나가려고 노력하지만, 잦은 모임은 좀 부담스럽네요. 뱉자니 아깝고 삼키자니 목에 걸리는 계륵 같다고나 할까요? 아이 친구 엄마들하고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초등 2학년, 3학년 연년생을 키우는 전업주부)
A. 3월 새학년이 시작되고 아이와 엄마 모두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학부모총회, 공개수업, 그리고 학부모 면담까지... 학교의 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나 싶더니 곧 아이 반 엄마들의 모임도 있고, 삼삼오오 모이는 모임도 많아지지요. 외동이는 그래도 숨 고르기라도 할 수 있지만, 둘 이상 키우는 엄마들은 이래저래 정신이 없을 거예요.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연식(?)이 올라갈수록 아이에 대해서 좀 내려놓게 되죠. 그때는 반 모임이나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마음이 편해지지만, 저학년 때는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이기 마련입니다.
저도 작은 아이를 키우면서는 큰 아이 때보다 상대적으로 경험치가 쌓이면서 많은 부분이 편해졌어요. 하지만 큰 아이를 학교에 처음 보낼 때는 저 역시 엄마들과의 관계에 무척 서툴렀지요. 속상한 일도 많았고 서운한 생각도 많이 들었죠.
건강한 한계선이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에서는 아이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잖아요. 다양한 가치관과 인생관 그리고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내 아이’라는 목적 하나를 두고 만나게 된 관계죠.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 친구 엄마로 만나 인생 친구가 되는 행운을 만날 수도 있지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경계선을 긋는 일. 인간관계에서도 한계선이 필요합니다. 엄마들과의 관계에서도 건강한 한계선을 정하면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내 친구가 아니라 아이 친구의 엄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 실수할 일도 또 실망할 일도 그 만큼 줄어들지 않을까요?
한계선을 정하라고 해서 마음의 문을 닫고 벽을 쌓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관계의 본질을 깨닫고 그 한계를 명확히 아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차이가 있음을 알라는 거죠.
반 모임에 정보를 얻겠다고 나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다같이 아이 키우는 입장인데, 어떤 엄마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무어 그리 대단한 것이겠어요. 대부분 큰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의 경험담에서 나오는 것들이죠. 뭔가 새롭고 대단한 정보를 알게 된다기보다는 서로 애환을 나누고 공감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나 할까요.
만약 엄마들의 모임에서 무언가를 얻겠다는 생각이 앞선다면, 그 모임에 지속적으로 함께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의미 없는 수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죠. 엄마들 모임에서는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동지애적 관점(!)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함께 나눈다는 생각을 갖는 게 훨씬 마음 편한 것 같아요.
만약 너무 잦은 모임이 부담이 된다면, 상황에 따라서 참가 횟수를 조절하면 됩니다. 반 모임 일정을 정할 때 참석 여부를 미리 알려주는 사소한 에티켓만 지켜도 다른 엄마들과의 관계에서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봅니다. 모임에 참석하던 그렇지 않던 그 모임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일들에 마음을 열고 지지하겠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위해서 모인 모임이니까요.
엄마들과의 관계도 인간관계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크게 어려울 것 없습니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있을 테고, 당연히 각각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 모두 다를 것입니다. 나에게 맞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호감이었다가 점점 비호감이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상대방 누군가는 나를 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아이가 있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없는 일들, 좋아하지 않는 일들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와 내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건강한 한계선을 긋고, 내가 잘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됩니다. 내 아이를 위해서, 또 다른 아이들과 엄마들을 위해서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어설프게 개입하지 마라.
깊게 파고들지 마라.
본심에 귀 기울여라.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란 책을 만들 때 쓴 카피입니다. 건강한 한계선을 긋되, 나와 상대의 본심을 외면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학기 초 엄마들 모임에서는....
1. 아무래도 공부 잘하는 아이의 엄마들 존재감이 세다. 이 엄마들을 통해 학습 습관이나 시험, 학원 정보 등을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정보는 정보일 뿐, 내 아이에게 다 맞다는 법은 없다. 엄마가 정보에 휘둘리다보면 아이도 휘둘리게 마련이다.
2. 낮 모임보다는 밤 모임에서의 구설을 조심하라. 맥주 한잔 마시다보면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온다. 내 남편, 내 아이 흉은 괜찮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남의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남의 아이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금물! 가볍게(?) 한 이야기가 돌도돌아 내 아이에게 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3. 까탈스럽게 보일 필요도 없지만 호구로 보일 필요도 없다. 처음 모임에서 좋은 이미지를 준다고 이런저런 부탁을 들어주다보면 어느새 자질구레한 민원들이 들어온다. 기껏 좋은 마음으로 했지만, 뒤에 억울함이 남을 수 있는 일은 쿨하게 거절하자.
4. 아이로 인해 재편(?)되는 엄마들의 관계에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말자. 엄마들끼리는 잘 맞아도 아이들끼리 맞지 않을 수 있다. 공부 잘하고 잘맞는 아이들 위주로 학습 모임이나 체험 모임이 짜여졌는데, 내 아이만 빠지는 경우도 생긴다. 너무 속상해하지도 말고 서운해하지도 말자. 필요하다면 내 아이와 맞는 아이들로 다시 짜면 된다.
5. 인간관계의 기본은 ‘기브 앤 테이크’란 점을 잊지 말자. 이유와 대가 없는 호의는 처음 한 두 번뿐이다. 받았으면 당연히 나도 줘야 한다. 때로 먼저, 많이 주고 잊어버리는 편이 속 편할 때도 많다. 특히 이래저래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취업주부들이라면 전업주부들에게 커피라도 한번씩 쏘는 것이 좋다.
에디터맘 송미진(도서출판 센추리원 대표)/ 중학교 1학년 아들,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며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낳고 5살 터울로 둘째를 낳아 기르며 생기는 무수히 많은 육아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의 심리에서부터 엄마의 학습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육아서를 기획했다. 덕분에 대한민국 최고의 육아 전문가들로부터 1대1 멘토링을 통해 두 아이를 키우는 지혜를 얻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이런저런 고민들을 ssongmj71@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사연이 채택되신 분께는 정성껏 만든 육아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
[‘에디터맘 쏭언니’의 내 아이는 아는 만큼 지킨다] 학기초 엄마들의 잦은 모임이 부담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