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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해서 서류전형에서는 통과했지만, 결국 수시 최종합격에는 실패를 했던 한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이 친구는 다행히도 정시로 명문대에 합격 했다. 그렇지만, 수시를 준비하면서 실패했던 뼈아픈 경험을 통해 후배들에게 조언이 될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이번 시간엔 이 학생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자소서 작성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팁을 전하고자 한다.
아이에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보다 ‘글쓰기’였다고 한다.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던 상태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자기소개서를 완성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컸다고 한다. 특목고 입시를 치렀던 경험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때의 경험이 대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던 듯 하다. 그리고 3년 가까이 문제풀이 중심의 학습만 하면서 글 쓰는 법 자체를 잊은 것도 문제였다. 결국 아이는 글을 쓰며 한달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고, 이후 잠시 주춤해진 성적을 다시 끌어올리는데,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물론 그 한달 동안 좋은 글이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퇴고 과정을 거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이 친구와 같은 글쓰기의 어려움을 말하는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드물지 않다. 온갖 글쓰기 방법에 관한 책과 강의가 있어도, 이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다 보니 정작 글을 완성해내는 것은 또 어렵나 보다. 공부에 큰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좋은 글이 나오기 위해서 필자는 ‘따라 쓰기’전략을 취해보라고 한다.
처음 글쓰기라는 것을 배울 때, 자주 권하는 방법 중 하나는 좋은 글을 읽어보고 모방하기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색깔이 묻어나는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은 잘된 글들이 내 안에 좀 많이 녹아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많이 읽으라고도 한다. 어디서나 들어본 바이겠지만, 글을 쓰려면 독서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시간이라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수능 전, 수시 입시 기간 전에 무조건 글쓰기를 마쳐야만 한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글 쓰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좋은 글을 따라 써보라는 것이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은 생각 보다 머리에 남아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글이 참 좋았다는 느낌만 기억날 뿐, 그 좋았던 점들이 자신의 글쓰기에 반영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따라서 써보면 훨씬 쉽게 익혀진다. 시간이 많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자기소개서를 잘 작성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물론, 따라 쓰기를 하면서 그 내용을 자신의 자기소개서에 베껴서 작성하면 큰일이다. 표절검색 시스템에 걸려서 면접의 기회조차 박탈당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아이도 자신 스스로 글을 쓰는 능력이 부족함을 알고, 고생 끝에 결국 막판에는 좋은 자소서를 따라 쓰면서 글쓰기를 익혀 완성이 가능했다. 처음부터 글쓰기 연습을 했더라면 좀더 쉽게 해낼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부족한 시간에도 어찌되든 완성을 할 수 있었던 힘은 그래도 누군가의 글을 따라 쓰며 감을 익히고 글쓰기를 배웠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직 시간이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지금부터 틈틈이 잘된 자기소개서를 따라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천천히 익혀보라. 그래야 급히 닥쳐서 쓰는 완성도 낮은 자기소개서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당장 잘 쓰기 위한 길, 따라 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