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활동 3가지의 순서에 대해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3.16 09:21
  • 자기소개서 상담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주로 사용하는 말하기 방식은 ‘질문법’이다.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질문을 통해 끌어내게 하는 데는 질의응답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실제 케이스들을 접할 수록 많은 아이들이 막연하게 알지만, 그게 ‘무엇’인지 몰라 언급할 생각조차 못한다는 것을 경험해왔다. 그래서 제대로 묻고 제대로 답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이 일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글의 순서’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네 생각에는 이 활동이 제일 중요한 것이니?” 잦은 질문 중 하나인 이 물음의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자.

    대입 자기소개서의 공통 문항 2번은 고교재학 기간 중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3개 이내로 기술하는 것이다. 제한 글자는 1500자. 당연히 우리 아이들은 3가지 항목을 찾아 500자씩 끊어 글을 써내려 가려 한다. 레포트를 쓰거나 서술형 시험을 보거나 할 때의 습관처럼 쓰라는 개수에 최대한 가까워야 좋은 성적을 받을 것만 같다. 그래서 3개를 꽉꽉 채워서 쓰고자 한다. 그런데 다시 질문을 한번 더 살펴보면 알겠지만. 정확히 ‘3개 이내’다. 즉, 1개만 써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 1개의 활동을 표현한 글이 아주 멋지다면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글과 내용이 모두 좋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쉽지 않다면, 적당히 양과 내용이 들어가는 구성이 필요하다.

    어찌 되었든,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글의 양이나 가짓수와는 별개로 ‘순서’에 대한 것이다.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일에도 분명 경중이 있을 터. 그러나 아이들이 대체로 가져오는 글들의 활동의 순서는 학년 순이다. 1학년, 2학년, 3학년의 철저한 시간 순 배열을 통해, 차례로 자신이 무엇을 해왔는지 썼다. 그런데 그 시간 순이 자신의 전공적합성을 잘 드러내는 순은 아니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한 눈에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못할 수 있다. 차라리 그것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먼저 꼽고, 그 다음 관련성의 순서로 글을 쓰자고 재배열 하기를 권유하는 편이다.

    실제 ‘호텔 관광업’에 종사하고자 했던 한 아이가 여행지를 분석하는 동아리 활동을 했던 기록을 썼던 글을 가져온 적이 있다. 그런데 이 활동은 2학년의 기록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아이는 착실하게도 1학년때 했던 반에서의 토론을 먼저 서술해왔다. 당연히 개연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 단순 시간 순 배열이다. 이런 글이 대체로 흔히 쓰지 말라는 ‘나열식’ 구성이 되기 쉽다. 나열식으로 쓰지 말라는 지침은 거의 관형어가 되어 버릴 정도로 많이 듣고 하는 말이라, 이제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너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게 글로는 잘 안 고쳐진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글의 ‘순서’에도 닿아있다.

    예를 들어, 앞의 학생과 같은 경우에는 ‘1학년때 했던 토론 활동에서 의견을 나누고 나와 다른 생각을 수용하는 법을 배웠다.’는 주제의 한 문단 다음 ‘여행지를 분석해서 자료로 만드는 동이라 활동을 통해 여행지 개발과 관광업에 대한 흥미를 더 갖게 되었다.’는 주제의 문단이 나올 것이다. 이렇게 쓸 때, 나열식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차라리 처음 여행지 분석 동아리 활동을 먼저 쓰고, 그 활동을 하는데 영향을 주었던 활동 중 하나가 토론이었다는 기술인 경우 인과관계도 보이고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즉, 먼저 전공에 닿아있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신 한 활동을 최우선으로 써두라고 하고 싶다. 그 다음 그 활동을 하게끔 아니면,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다른 활동을 언급하면서 그 다른 활동들과의 관련성을 언급하려 드는 것이 더 매끄러운 글이 될 수 있다. 또 늘 말하듯,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하는 자기소개서는 매력도가 반감된다. 읽기 쉽게 먼저 제일 중요한 것들부터 쓰라고 하고 싶다. 언제나 그렇듯, 합격을 목적으로 한 글엔 두괄식이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