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안정지원이란 있을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2.03 10:16
  • 최근 우연치 않게 재수생들을 연거푸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둘 다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입시 결과가 우수한 편인 학교에서 전교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보아도 활동도 좋고, 수상 내역도 좋았다. 수시에서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요인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둘 다 수시에서 고배를 마셨다. 원서를 많이 넣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 데에도 붙지 않았다고 한다. 성적에 비해서, 활동에 비해서 입시 결과가 무척 좋지 않았다. 아이와 좀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그래, 그럼 학과는 어디로 지원했지?” 너무 뻔한 이야기라 차마 묻지 않았던 질문이라, 의구심을 갖고 물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을 한다. 전혀 무관한 학과의 이름이 줄줄이다. 각 학교마다 과도 제 각각이다. 어디는 공학 계열이고, 어디는 자연계열이다. 일관성도 없이 과가 바뀌는 이유를 물었다. “경쟁률이 낮고 점수가 좀 낮다고 해서요. 안전 지원한 거라서…….”  지원이야 학교마다 다를 수도 있다고 치자. 그것보다 더 문제라고 보였던 것은 자기가 학교생활기록부에 썼던 희망란의 직업은 ‘교사’이었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과를 써서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했으니, 좋은 글이 나왔을 리 없다. 그리고 자기소개서 이전에 서류와 활동과 학과가 불일치라는 것이 명백해 보였다. 희한하게 연달아 만난 두 학생 모두 다 그랬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몇 해를 거치며 자리 잡아왔고, 다수의 학생들도 익히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감을 잡았다고 알아왔는데, 기초부터 다시 정립해야 하는 사례들을 접하면 종종 당황스럽다. 실제로 자기소개서의 경우만 해도, 처음 아이들의 글을 접했던 6~7년 전 아이들의 글과 지금 아이들의 글에서 느껴지는 질적 차이가 있다. 그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부종합 전형의 정착과도 닿아있다고 생각된다. 이미 수많은 정보와 팁을 공유했고, 사례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아이들도 눈높이나 준비가 전과는 다르다. 가끔 아이들의 글을 보며, 어른으로서 감탄하기도 한다. 당연히 학과와 꿈의 일치는 따로 안내해줄 사항이 아니라 여겨진다.

    자기소개서를 보니 더 이해가 되었다. 단시간에 여러 학과에 급조해서 글을 써서 지원을 하려 하니, 어떠한 연계성이나 전공적합성을 어필하는 데는 한계가 보인다. 자기소개서를 단순히 학과에만 넣어서 끼워 맞추다 보니, 서류에 나타난 아이랑은 또 다른 아이가 있다. 글 자체가 그럭저럭 나쁘지 않더라도 공허한 내용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충분히 자기가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에 학과를 선택했어도 해 볼만했을 것 같은데, 아이는 겁이 났던 것 같다. 지원을 앞두고 학생들을 수시 기간 상담을 하다 느낀 점은 그 ‘안정지원’ 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시는 정해진 점수에 예측 가능한 점수대의 학생들이 지원한다. 그런데 수시는 또 모른다. 타인의 점수대가 예측 가능한 것도 아니고, 학교생활기록부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정성평가다. 점수로 수치화해서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그다지 크지 않다. 대체 ‘안정지원’ 이라는 것이 어떤 근거에 의한 결정이었을까?

    수치나 정보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욕심과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도 필요하다. 흔하진 않지만, 수시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이라는 것이 난 경우는, 안전한 선택보다는 소신을 따랐던 경우다. 안전한 선택? 그런 것 없다. 우리가 입시 담당관이 아닌 이상, 어쨌든 불확실성을 딛고 준비하고, 지원하고 성공하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선택은 정시까지도 고려한 시도일 때 가능하다. 앞의 학생들은 물론 정시까지 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수시에 안정이란 없다.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냥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준비했던 대로 하라. 단, 정시까지 간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