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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학년도 대입(大入)에서 입시생 사이에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재수 기피’다. 2017학년도 입시에 일부 변동이 생기면서, 재수생들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재수생들이 새로운 입시에 혼란스러울 수 있겠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사실 크게 나쁠 것도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17 대입, 재수생에게 불리할까? 아니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까? 양쪽의 시각을 정리했다.
◇2017 대입, 재수생이 불리하다!
이유 ① 정시모집 인원 축소
대다수 재수생은 수시보다 정시에 집중한다. 수능 준비 시간이 재학생보다 넉넉한 편이고 결과도 비교적 좋아서다. 전년도 수시모집에서 실패한 경험도 정시에 비중을 두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좋지 않다. 수시모집 정원이 확대되면서, 반대로 정시모집 정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인원은 전체(35만7138명)의 32.5%인 11만6162명. 2017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인원은 전체(35만5745명)의 30.1%인 10만7076명에 불과하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정시모집 인원이 축소됐기 때문에 당연히 정시 합격 확률도 낮아졌다”며 “재수생 입장에선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유 ② 국어, 수학 달라진 출제범위… 학습 부담
2017학년도 정시엔 변동 사항도 많다. 우선 2016학년도 수능에서 A/B형으로 나눠 치렀던 국어 영역이 2017학년도부터 하나로 통합된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출제범위도 달라진다.
2016학년도 수능 국어 A형의 출제범위는 ‘화법과 작문I’, ‘독서와 문법I’, ‘문학I’이었다. B형은 ‘화법과 작문II’, ‘독서와 문법II’, ‘문학II’였다. 2017학년도 수능 국어는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 등으로 I·II 구분없이 통합된다. 따라서 2016학년도 수능에서 주로 A형을 선택한 자연계열 재수생은 2017학년도 수능에 대비해 ‘화법과 작문II’, ‘독서와 문법II’, ‘문학II’ 등을 추가로 공부해야 하는 셈이다.
수학 영역도 새 교육과정이 반영되면서 출제범위가 바뀐다. 수학 가형은 3과목 10개 단원 체제로 변경된다. 출제 과목은 ‘미적분II’,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등이다. 종전 수학 B형은 4과목 16개 단원 체제였다. 수학 나형은 종전 2과목 9개 단원에서, 3과목 11개 단원 체제로 변화한다. 출제 과목은 ‘수학II’, ‘미적분I’, ‘확률과 통계’다. 기존의 ‘행렬’ 단원이 삭제되고, 대신 ‘집합과 명제’ 단원이 포함된다. 따라서 인문·자연계열 재수생 모두 새로 학습해야 할 부분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필수 과목으로 추가되는 한국사도 부담이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예비 고3들은 그동안 2009 교육과정이 반영된 교과들을 학습했고, 본인들이 수능을 볼 때 한국사가 필수 과목이 될 거라는 것도 알았기 때문에 비교적 준비가 된 상태다. 하지만 재수생은 다르다. 전년도 수능과 달리 새로 공부해야 할 게 늘었다. 당연히 재학생보다 불리한 입장이다”고 주장했다.
◇2017 대입, 재수생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이유 ① 재수생, 수시 기회도 열려 있다
2017학년도 정시모집 인원은 줄었지만, 수시모집은 늘었다. 비중은 전체의 69.9%(24만8669명). 2016학년도보다 3.2% 오른 수치다. 덩달아 재수생의 수시 합격 기회도 늘어난 셈이다. 이종서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시모집에서 지원 자격을 재학생으로 제한하는 전형은 극히 일부분”이라며 “바꿔 말하면 재수생도 수시 합격 기회가 충분하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상위권 재수생의 경우엔 비교적 유리한 논술위주 전형을 노려볼 만 하다. 이 소장은 “서울 소재 주요 10개 대학의 수시 논술위주 전형 선발 인원은 전체의 20.44%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해당 전형으로 각각 683명, 1040명을 뽑는다. 성균관대는 무려 1214명을 선발한다.
이유 ② 범위만 달라졌을 뿐… 전체 학습량은 줄어
2017학년도 수능에선 국어·수학 영역의 출제범위가 달라진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재수생들에게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 국어 영역 출제범위 변화에 따른 학습량 증가는 자연계열 재수생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이에 따른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흐름을 볼 때 성적 우수 학생이 자연계열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단, 해당 영역에서 2등급 이하를 받았던 수험생은 좀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종서 소장은 “수학 영역도 출제 범위가 달라지긴 했지만, 전체적인 학습량을 보면 줄었다. 특히 인문계열 재수생이 보는 수학 나형의 출제범위를 보면, 새롭게 추가된 단원이 비교적 쉬운 기초 과목이다. 꼼꼼히 학습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우진 메가스터디 수학 강사도 “새로운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만큼 논란을 줄이기 위해 안전한 형태로 출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사 필수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종서 소장은 “수능 시험 과목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학습 부담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로 결정되면서 학습 부담 우려는 상당 부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에듀] 2017 대입, 정말 재수생에게 불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