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학년때부터 일관된 자기 관심사와 꿈이 있던 친구들 중 특별한 활동이 많지 않아도 이를 잘 풀어서 쓴 경우가 있다. 그리고 좋은 평가를 받아 합격의 기쁨을 맞이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한 친구를 들자면, 자신의 꿈인 건축을 위해 건축을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일이 있었다. 학교 활동이 딱히 자신의 꿈과 맞는 것이 없었지만, 이는 독서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열정을 더 열심히 찾아서 준비하는 과정으로 풀어내었다. 결국 이 친구는 원하는 학교에 좋은 성적으로 입학하였다.
학교에 동아리가 적합한 것이 없었고, 임원의 기회도 많지 않아서, 창의 체험 활동 중 진로에 관련한 활동에 정말 열심히 참여했다. 그리고 독서를 정말 많이 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전문 잡지를 정기적으로 구매해 구독했다. 그리고 그 잡지에서 마음에 드는 작가나 작품이 있으면, 스크랩을 해두고, 관련 내용들을 자기 나름대로 노트로 만들어두었다. 또 이와 관련된 시중의 책들을 차곡차곡 읽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에 대한 자세한 로드맵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자기소개서에도 이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내 꿈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다는 내용보다는 자신의 꿈을 위해 조사해오던 것 중 하나를 골라 아주 자세히 썼다. 자신이 왜 자기의 꿈 중 그 건축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 건축물을 지은 작가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철학이 그 바탕에 있는지를 자세히 풀어냈다. 그리고 자신이 거기에 대해 생각하는 바도 썼다. 미래에 어떻게 할 것인지. 학교 활동 중에 독서에서 느꼈던 점으로 이런 내용들을 담아내자 글이 무척 풍성해졌다. 활동을 서술한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자신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글을 통해 이 학생의 노력이 느껴졌다.
누가 봐도 정말 꿈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노력을 알 수 있는 글이 탄생했다. 일부 닥쳐서 작성한 급조된 자기소개서와는 전혀 다른 전개였다. 자신을 설명하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흥미에 대한 그림 중 일부를 아주 자세히 집어서 표현했다. 자연스레 그 안에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보였다. 그리고 그를 위한 3년간의 활동도 미루어 짐작이 가능했다. 아이의 글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아이의 글을 수정∙변형한 방식의 전개는 다음과 같았다.
도미니크 페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ECC를 다녀와서였다. 지상과 지하의 경계가 불분명한 작품을 보며, 그 안에 공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철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건축가가 철학을 함께 배운다고 한다.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 이상의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생략)
한 작가의 작품과 그의 배경과 생각에 대한 것까지를 자세히 언급한 글은 읽는 사람을 빠져들게 했다. 물론, 아이의 독서 기록에 기반한 글이었다. 특별한 동아리도, 임원활동도 없던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보여주었다. 활동을 만들만한 환경이 아니라면, 꿈에 대한 연구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방식이야 여러 가지겠지만, 항상 말하듯 꿈은 크게, 그리고 그 과정은 자세하게. 그게 힌트라면 힌트다.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관심사에 대한 자세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