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점수 상담 안한 서·고·연, 사교육 배치표보다 정직했다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12.04 16:57
  • [대교협 주최 '2016 정시 박람회' 현장 가보니…]

    “점수 상담은 하지 않습니다”

    3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A홀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EBS 주관 ‘2016학년도 정시 박람회’에 참가한 대학은 131곳이다. 이 중 수능 성적 상담을 진행하지 않은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세 곳. 서울대는 ‘점수 상담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붙여놓고 부스를 찾은 수험생들에게 전공 관련 상담만을 제공했다. 고려대는 학과 설명과 함께 전년도 모집단위별 합격선 일부를 공개했고, 상담 테이블을 없앤 연세대는 정시모집 요강 책자와 자료만을 배포했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 세 곳이 수능 점수에 따른 상담을 진행하지 않아 일부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정직한 행보’라는 의견이었다. 현장 학부모와 학생들도 해당 대학 입학처의 설명을 듣고 난 뒤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점수 상담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수긍했다.

    서울대가 수능 성적에 따른 수험생 상담을 진행하지 않는 이유는 ‘왜곡된 정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서울대는 이날 점수 상담을 제외한 학과·전공 상담만을 실시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승연 서울대 입학사정관은 “정시 박람회에서 부스를 찾은 학생들에게 책임 있는 말을 해야 하는데 자칫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학생들이 지난해 (입시 결과) 데이터를 원해도 올해 합격선과 달라 선뜻 알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서울대 부스 앞에서 상담을 기다리던 김성현(21·경기 진성고 졸)군은 “점수 상담이 없는 게 조금 아쉽긴 해도 학과를 정하지 않은 상황이라 서울대 입학사정관에게 상담을 받고자 한다. 고려대는 작년 컷 일부를 공개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이날 상담자 개인에게 지난해 모집단위별 상위 80% 합격선을 공개했다. 서울대와 달리 정시 지원자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최인식 고려대 입학처 입학기획팀장은 “매년 합격선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점수 상담을 하는 것은 무리다. 현재 점수 상담을 하는 대학들도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토대로 상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학 측 입장을 설명하니 상담자들도 모두 수긍했다”고 말했다.

    고려대가 정시 박람회에서 점수 상담을 진행하지 않는 것은 4년 전이다. 수능 성적 토대의 상담을 진행할 당시 고려대 등 일부 상위권 대학들에만 상담을 원하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이는 다른 대학 부스 앞까지 가로막아 주변의 원성을 샀다. 최인식 입학기획팀장은 “당시 주변 대학 부스들로부터 (상담자 줄이 길어) 많은 항의를 받았다. 매년 수능 난도 등에 따라 합격 커트라인이 다른 점 등까지 고려해 수능 성적 상담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모집단위별 수능 점수 계산법과 변환표준점수표, 지난해 추가합격 정보 등이 담긴 정시모집 자료를 배포했다. 황정원 연세대 입학처 차장은 “불명확한 자료로 점수 상담을 진행하지 않는 대신 대학이 줄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하려 했다”며 “추가합격의 경우도 재작년에 11명이었던 학과가 작년에는 0명을 기록하는 등 그 결과가 매년 다르다. 학과 서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추가 합격자 점수 등은 공개하지 않지만 도움이 될까 싶어 추가합격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들의 이러한 행동은 이미 정시모집 지원 가능 예상점수를 공개한 입시업체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공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인호 외대부고 고3진학부장은 “서·고·연(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 정시 박람회에서 점수 상담을 안 하는 것은 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섣부른 정보 제공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방침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울 일반고의 한 고3 담임교사 역시 “일명 SKY 대학에는 최상위권 한정된 학생들만 지원하게 되는데 조급하게 합격선 데이터를 제공할 필요가 있느냐”며 “너도나도 예상 점수 커트라인 등을 제시한 입시업체보다는 정직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현재 대성학원과 유웨이중앙교육, 종로학원하늘교육, 메가스터디, 비상교육, 이투스 등 6개 입시업체가 주요 대학 합격선을 공개한 상태다. 수험생들이 자신의 성적에 견줘 합격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미니 배치표’다.

    하지만 입시업체들이 이러한 예상 합격선을 내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대학별 탐구 영역 변환표준점수 및 가중치’를 반영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쟁식으로 합격선을 빠르게 예측하다 보니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인호 진학부장은 “단순 표준점수 합으로 제공되는 사설 기관의 배치기준을 맹신하면 안 된다. 대학마다 영역별 반영비율과 변환표준점수를 고려해서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진학부장은 이어 “외대부고는 매년 대학별 배치기준을 만들어 학생들의 진학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별 수능 반영 비율과 졸업생 입시 결과 등의 누적 데이터로 산정한 이러한 배치기준은 매년 사설 기관 배치표보다 훨씬 정확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대부고의 경우 고3 진학 상담을 올해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당장 3일 앞둔 21일부터 시작한다. 그때까지 보다 정확한 대학별 배치기준을 정립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명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도 “정시모집 후 대학들의 입시 결과를 사설기관 배치표와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선 고교에서도 사설기관 배치표를 단순히 참고만 하지 실제 상담은 자체 산정한 합격선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입시 현장에서는 정시모집에 앞서 ‘변환표준점수의 활용’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진학부장은 “올해 자연계의 경우 탐구 영역 과목별 표준점수 차가 매우 커서 단순 표준점수로 합격권에 드는 학생이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하면 불합격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인식 고려대 입학기획팀장은 일부 모집단위의 교차지원이 가능한 점을 들며 “교차지원 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줄이기 위한 변환표준점수의 개념을 정확히 숙지한 뒤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