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서울대 평창캠, 혈세로 임대업? 산학기업 85%가 ‘임대 입주’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10.06 11:22

  • [2015 국정감사]

    산학협력 입주 13개 기업 중 11곳이 임대입주 형태
    전담 교원도 7명뿐… “밑빠진 독에 혈세 쏟아 부었다”



    정부 지원금 2555억원을 포함, 총 3451억원의 예산을 지원 받은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가 부실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평창캠퍼스에 투자된 비용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총 3451억원이지만 전담 교원은 7명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현재 평창캠퍼스에 입주한 산학협력 기업체 수는 13곳으로, 당초 대학 측이 밝힌 실적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투입 예산 3451억원 가운데 74%(2555억원)는 정부 지원, 26%(강원도 597억원, 평창군 299억원)는 지자체 지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서울대 평창캠퍼스 운영 실태를 보면, 근무 중인 교원은 전임 14명과 비전임 16명 등 30명이다. 그러나 총 14명의 전임교원 중 7명은 평창캠퍼스와 서울 관악캠퍼스 업무를 겸하고 있어 평창캠퍼스 전담 교원은 7명뿐이다. 현재 관악캠퍼스의 67.5%에 해당하는 대규모 캠퍼스가 단 7명의 전임교원의 상주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는 16명의 비전임교원도 평창캠퍼스를 전담하고 있지만, 서울대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대부분 소속 연구소 외 업무를 겸하고 있었다.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산하 친환경경제동물연구소, 식품산업화연구소, 종자생명과학연구소, 그린에코공학연구소, 디자인동물‧이식연구소 등 5개 연구소에 소속된 전담연구원은 연구소장과 연구원 1명뿐이다. 이 가운데 디자인동물‧이식연구소는 연구소장을 제외한 모든 연구원이 겸무 연구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평창캠퍼스에는 교수뿐 아니라 학생도 없었다. 농업생명산업의 인재 양성을 위해 유치한 국제농업기술대학원 입학자는 2014년 2학기 7명으로 모집인원 15명의 절반에 못 미치며, 2015년 1학기 입학자는 9명으로 모집인원 20명의 45%에 불과하다. 지난해 석사과정으로 외국인(정원 외) 40명 등 모두 100여명을 모집할 방침이었다가 15명~20명 수준으로 정원을 낮췄는데도 그 마저 채우지 못한 것이다.

    산학협력 또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평창캠퍼스에 입주한 산학협력기업체는 총 13곳에 불과한데, 서울대 측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와 MOU를 맺고 입주를 약속한 기업이 50여개쯤 된다”고 밝힌 것과 대조되는 실적이다.

    주목할 점은 산학협력 형태다. 평창캠퍼스 산학협력 유형은 △기업과 공동투자로 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설립해 참여 주체별 핵심역량을 특화·운영하는 공동투자형태(modullⅠ) △기업이 단독으로 투자해 공장 또는 연구소를 설립하는 단독투자형태(modull Ⅱ) △벤처기업, 특수시설의 운영 등 소규모기업의 공간임대형태(modull Ⅲ)로 구분된다.

    하지만 현재 평창캠퍼스에 입주한 기업체의 84.6%가 공간임대형태를 띠고 있어 산학협력 본질에 의문이 제기된다. 단독투자형태를 띠는 입주기업은 키길에그라류피나, 오뗄 등 2곳에 그쳤고, 농협목우촌, 바이오세상, 약선두유사업단 등 나머지 11곳은 입대입주 협력유형을 띠고 있다.

    유은혜 의원은 “평창캠퍼스 산합협력 입주기업 13곳 중 11곳이 임대입주 형태”라며 “평창캠퍼스는 산학협력으로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을 통한 상승효과보다는 기업체 대상 단순 임대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천문학적 수준의 나랏돈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지속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가 올해 작성한 ‘2015년 출연금 예산요구서’ 가운데 ‘평창캠퍼스 중기재정 소요전망(2015~2018)’에 따르면, 서울대는 2016년 281억원, 2017년 286억원, 2018년 291억원 등 평창캠퍼스에 대한 지속적인 정부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바이오 첨단연구단지 조성사업 계획서’를 보면 평창캠퍼스 조성기간은 2006년부터 2011년이며 국고 1473억원, 강원도 597억원, 평창군 299억원 등 총 사업비 2369억원이 평창캠퍼스 조성에 쓰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지연돼 2013년 6월 평창캠퍼스 조성이 완료된 것을 감안, 정부는 2013년까지 ‘조성비용’을 지원했다. 그 이후에도 정부는 ‘운영비용’ 명목으로 평창캠퍼스에 계속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유은혜 의원은 “10여년간 막대한 국민세금을 투입했지만 결국 밑빠진 독에 물을 부은 셈이다. 서울대가 과연 지방캠퍼스의 성공과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과 의지를 보여왔는지 의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서울대 평창캠퍼스의 실태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