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친구 없어 외롭다” 소외감 느끼는 청소년 多… 대처 어떻게?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09.26 21:13
  • 지난 1일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빈 교실에서 이 학교를 다녔던 이모(15)군이 부탄가스를 터뜨렸다. 이군은 붙잡히기 전 “모든 사람이 싫었다. 불특정 다수를 찌르려 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지난 7월에는 경북 안동의 한 중학교 3학년생이 흡연 사실을 꾸중하는 여교사를 교무실까지 쫓아가 폭행한 일도 있었다.

    청소년의 일탈이 잇따르지만 이들이 알맞은 때에 적절한 상담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9일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전국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검사 결과 2차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류된 ‘관심군’ 학생 10명 중 3명 이상이 추가 조치를 받지 못했다. 유 의원은 “교육부가 학생의 정신적 문제를 발견하고 끝까지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학부모도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문제를 상담하는 창구는 전화나 온라인 등 다양하다. ▲헬프콜 청소년전화(1388·www.cyber1388.kr) ▲푸른나무청예단 학교폭력 긴급전화(1588-9128·jikim.net/sos) ▲학교폭력근절(117·www.safe182.go.kr) 등이 그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은 24시간 연중무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청소년 상담 전문가들은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처법을 듣거나 심리 상담하는 등 상담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게서 요즘 청소년이 가진 고민을 들어봤다.

    ※ 도움말
    허유정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장
    이유미 푸른나무청예단 학교폭력SOS지원단장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 꾸준해
    15년 째 상담사로 일하는 허유정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장은 “청소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대인관계(친구 사이)와 학업”이라며 “이 두 가지는 청소년 상담에서 늘 1·2위를 다투는 주제”라고 말했다.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서울 지역에서 거는 헬프콜 청소년전화 상담을 도맡는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대인관계, 진로, 학업, 가정 문제 등 다양한 일반 상담과 가출, 성폭력, 학교폭력 등 긴급 상담도 가능하다.

    서울 지역 1388 청소년전화 상담 주제 중에서는 ‘대인관계’가 2012년부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2013년부터 약 20%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전체 상담 수는 2014년을 제외하면 증가 추세다. 2011년 8만8000여 건에서 2012년 10만 건을 넘기며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에는 약 7000건이 감소했고, 올해는 지난 8월 기준 6만4000여 건이었다. 그중 21.6%가 대인관계 관련 고민 상담이다.

    한편 대인관계에 고민을 가지는 학생들의 양상은 과거와 약간 다르다. 허 팀장은 “예전에는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느냐’거나 ‘친구를 잘 사귀고 싶다’는 등의 질문을 했다”며 “이와 달리 요즘은 ‘친구가 없이 나 혼자인 것 같다’는 식으로 소외감이나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핵가족화와 관련이 있다. 예전에는 가정 내에 형제자매가 많아 대인관계 기술을 저절로 익혔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 팀장은 “친했던 친구가 멀어지고 다른 친구를 사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따돌림을 당하거나 소외감을 느낄 때 아이가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복합적인 상황으로 발전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친구 없이 ‘나 혼자 산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아요. 친구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습니다.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불안해 하죠. 그럴수록 나와 친구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친구들과 잘 지낸 기억도 분명 있을 거예요. 나쁜 상황이 언제나 반복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고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회적 기술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친구에게 먼저 ‘안녕’이라고 말하며 인사하는 등 쉬운 것부터 실천해 보세요. 이야기할 때 눈을 마주치는 등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특성화고 진학에 대한 질문도 많아졌다. 상담사들은 특성화고나 대학 진학을 궁금해하는 학생들에게 입시 정보가 담긴 홈페이지를 안내한다. 그러면서 ‘특성화고 선택 이유’를 묻고, ‘(특성화고 진학을) 결정할 때 주의할 점’ 등도 조언한다.

    ◇사이버폭력 상담 늘어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어 더 큰 문제
    푸른나무청예단은 학교폭력 긴급전화로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에게 ▲심리정서상담 ▲법률·의료 정보 제공 ▲사안 처리 자문 등 전문적인 전화 상담을 진행한다. 전화 상담뿐 아니라 ▲면접 상담 ▲사이버 상담 ▲통합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유미 푸른나무청예단 학교폭력SOS지원단장은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 정도만 도움을 요청한다”며 “상담을 의뢰할 정도의 학교폭력은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상담 원인의 절반 정도는 신체폭력”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최근에는 성폭력과 사이버폭력 상담 사례도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이버폭력은 단기간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피해자에 관한 욕설이나 성적인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사진·동영상이 유출되면 삽시간에 퍼져, ‘사이버 성폭력 문제’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 단장은 “어린 학생들은 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며 “가정이나 학교에서 사이버 폭력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폭력을 받은 피해자는 대화 내용을 캡처하는 등 피해 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모든 상담을 받을 때 마찬가지다. 학부모는 자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증거를 확보하고 6하원칙에 맞게 상황을 정리한 다음, 상담을 받으며 어떤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받고 싶은지 정확히 말하면 좋다. 이 단장은 “최근에는 ‘학교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며 상담하는 피해 학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자녀가 다음과 같은 행동을 보인다면 눈여겨봐야 한다. 학교폭력의 가해자, 피해자로 의심할 만하다.

    <가해 징후>
    - 사주지 않은 고가의 물건을 가지고 다니며, 친구가 빌려준 것이라고 한다.
    - 친구관계를 중요시하며, 밤 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귀가시간이 늦거나 불규칙하다.
    - 부모에게 감추는 게 많아진다.
    - 집에서 주는 용돈보다 자녀의 씀씀이가 크다.

    <피해 징후>
    -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학교를 그만두거나 전학을 가고 싶어 한다.
    - 몸에 상처나 멍 자국이 있다.
    - 교복이 더럽혀져 있거나 찢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 머리나 배 등이 자주 아프다고 호소한다.
    - 집에 돌아오면 피곤한 듯 주저앉거나 누워 있다.
    - 학교에서 돌아와 배고프다며 폭식을 한다.